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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n 10. 2022

우리에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존재하는가

오글오글 5주 차

세상에 누구보다 사람을 잘 살리는 의사가 있다면, 누구보다 잘 죽이는 의사도 있을까. 일반적으로 의사의 역할은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구하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얼핏 '잘 죽이는 의사'라는 말은 모순적인 단어 같이 들린다. 하지만 미국에는 1980년대에 환자의 '죽을 권리'를 주장하며 130여 명의 안락사를 도운 잭 케보키언이라는 의사도 있다. 환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제공한다는 그의 행위는 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그의 행위를 조력 자살이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그를 살인죄로 기소하기도 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우리에게 죽을 수 있는 권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뉠 수 있다. 적극적 안락사는 일반적으로 환자 요청에 따라 진정제를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예정된 죽음을 더 앞당기는 것을 말하고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하여 환자가 죽음에 다다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안락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측에서는 '안락사가 자살과 무엇이 다르냐'며 따져 묻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안락사를 위해서는 장기간 환자와 가족이 심사숙고하고, 당사자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 있어야 가능하며, 의사의 의견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자살과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적극적 안락사는 아직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서 소극적 안락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했고,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로 한정 짓는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 회복되지 않으며, 사망에 임박한 임종과정에 국한한 상태에만 한해서 제한적으로 연명치료 중단하는 소극적 안락사만이 가능하다.


안락사 자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생명이 개인의 선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듯이 삶을 마무리하는 것도 한 개인이 가진 권한 밖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병세가 깊은 환자의 경우 심한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인지 능력이 부족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개인의 선택권과 의지를 심하게 과소평가한 결과이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듯이, 각각의 개인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상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잘 살 것인가' 만큼이나 '언제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는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누군가에게는 안락사가 신성불가침 한 영역을 침범하는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개인으로서 인생을 어디까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우리가 언젠가 삶의 끝을 맞이하며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그 마지막의 순간을 언제 어떻게 맞을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뉴질랜드는 2020년 국민 투표를 통해 65%의 찬성표로 적극적 안락사까지 포함하는 '삶의 마지막 선택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2년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의 76.3%는 안락사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극적 안락사만이 제한적으로 가능한 나라다. 과연 우리에게 내 뜻대로 죽을 수 있는 권리는 존재하는가.


이 글은 오글오글(5주 차 주제 : 윤리적 딜레마)에서 함께 쓴 글입니다.


1주 차 주제 : 나는 왜 쓰는가

2주 차 주제 : 사랑에 대하여

3주 차 주제 : 한 사진을 보고 드는 느낌을 글로 써보기

4주 차 주제 : 여행

5주 차 주제 : 윤리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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