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 외로운 도시, 서울

by 경욱
서울은 외롭다

서울의 인구 약 1,000만, OECD 국가 중 인구 밀도 세계 1위. 아침에는 만원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출근하고, 퇴근길엔 만원 버스에 짐짝처럼 실려 퇴근한다. 이처럼 서울에 사는 것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


분명 서울에서는 어딜 가나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서울은 외롭다.


아무리 우리나라 인구의 1/5이 서울에 산다고 해도, 길거리에 나서면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 서울이라도, 그 사람들이 모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이라면, 나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지나치며 수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친다.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알지도 못하고 딱히 관심도 없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찰나 동안만 공간을 공유하며 스쳐 지나갈 뿐이니까. 그러니 말하자면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지만, 나와 무관하기만 한 영혼 없는 NPC(Non Player Character) 같은 존재일 뿐이다.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거닐고 있지만,

나는 혼자다.


그 덕에 세상은 점점 혼자가 더 익숙한 세상이 되고 있다. 혼밥, 혼술 등으로 대표되는 혼-코노미(혼자+이코노미 혹은 싱글슈머 Single+Consumer)는 우리 삶을 깊게 파고든 지 오래다. 혼자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혼코노미가 등장함과 동시에 외롭지 않기 위한 서비스도 주목받았다. 트레바리, 취향관, 문토 등 살롱문화 서비스부터 다양한 액티비티를 사람들과 함께하는 Frip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커뮤니티 서비스들은 계속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주거 공간까지 함께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혼자 있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외롭고 싶지는 않은 우리들의 복합적인 감정이다. 이런 서비스들의 등장과 활약은 결국 서울 같은 도시에서의 생활이 그만큼 외롭다는 것을 반증한다.


외로움 장관, 외로움 위원회?

사실 외로움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900만이 넘는 인구가 심각한 외로움을 느낀다는 영국은 심지어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외로움 장관이라고 하니 영국이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같은 급으로 외로움을 다루기로 생각했나 라고 받아들이기 쉽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차관급 정도의 직책이긴 하다. 그러나 직책이 장관급이 아니라고 해서 외로움 장관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영국이 외로움을 공식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의가 있다.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인 삶의 슬픈 현실이다(Loneliness s the sad reality of modern life)"라고 말하며 영국이 외로움을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영국 정부는 외로움은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됐다고 인식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온라인 상의 연결은 더 빠르고 촘촘하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는 홀로 사는 세대가 늘고 사회적 관계망이 느슨해지다 못해 풀어져버린 지경이다.


외로울수록 동네 비즈니스가 발달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동네가게, 동네 이웃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게 됐다. 아마도 인심 좋은 미소를 보여주던 동네빵집 아저씨가, 깐깐하긴 해도 마음은 따뜻했던 동네 미용실 아줌마가 있던 가게들이 어느새 세련된 자본주의의 기계적 친절함으로 가득한 프랜차이즈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외로움때문인지 동네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며 동네 비즈니스도 재조명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더 이상 프랜차이즈의 균질한 서비스만을 좇지 않는다. 개성 있는 가게를 찾아가고 시도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오히려 그런 가게들을 발굴하는 것을 재미로 삼는다. 최근 십분의일을 필두로 한 을지로의 숨은 가게들이 크게 유행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본다.


대형서점보다 특색 있는 독립서점, 동네책방들이 뜨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책방 주인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큐레이션 된 책들 그리고 그 책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맥락은 독립서점의 특징이다. 곳곳에서 책들을 발견해내는 재미는 천편일률적인 베스트셀러의 나열로 가득한 대형서점에서는 찾기 힘든 요소다. 그래서 각각의 독립서점들은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며 나름의 공동체 활동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마을이 하나의 '호텔'이 되었다는 공주 봉황동 마을 호텔도 재밌는 사례다. 동네에 있는 민박, 식당, 카페, 사진관 등을 마치 호텔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조직하여 마을 전체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도록 기획했다. 예를 들면 이 마을의 한 음식점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 마을 전체 중 두부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지금까지는 군산이라는 도시 전체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당이나 지린성이라는 거점(Anchor) 가게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면, 마을 호텔의 등장은 그 마을 전체와 소통하고 여행하는 기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움이 질병으로까지 인정된다니 아무리 봐도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분명 우리는 외롭고 싶지 않다. 내가 사는 곳, 나의 동네에 NPC 같은 존재가 아닌 진짜 이웃이 존재한다면, 혹 조금 먼 어딘가를 여행하러 갔을 때도 그곳의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들과 짧게나마 웃음을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덜 외로울 수 있지 않을까


소비를 한다는 것은 서비스나 재화의 값(Price)이 내가 생각하는 가치(Value) 보다 클 때 무언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적인 소비'보다는 공감하니까, 응원하니까 돈으로 한 표를 행사한다는 '투표적 소비'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과거 세대에 비해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다면적으로 판단해서 소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네 비즈니스의 성과는 이제 밀레니얼 세대의 '투표'에 달려있다.



* 이 글은 Random Restaurant 기획 글 입니다.

Random Restaurant, Weekly cuisine 프로젝트란?

그 주에 인기가 있었던 단어들을 무작위로 조합한 제시어를 공통으로 활용하여 산출물을 만들고 주 1회씩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https://brunch.co.kr/@kkw119/81




참고 자료 :

명견만리 외로움, 사회를 아프게 하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48589


마을, 하나의 '호텔'이 되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81310.html


우리 지역도 마을 호텔


우리 지역도 마을 호텔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81314.html


세계 최초 '외로움 담당 장관'은 장관급 맞아?


세계 최초 '외로움 담당 장관'은 장관급 맞아?

http://weekly.donga.com/List/3/03/11/1353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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