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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홀 Feb 24. 2023

새 신발

꽃무늬가 알록달록

새로 산 신발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었네.


곳이 없어

오라는 데가 없어


밑창마저 깨끗한 것을


언제 신고 땅을 밟을 수 있을까?



하루 한 번씩

었다 벗었다.


네 할 일을 나 모른 체

외면하고 있으니


미안하구나.


주인을 잘못 만나.




(해설)


로나를 핑계로

3대 성인질환을 핑계로

주사를 맞지 않았다는 핑계로

그래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핑계로


집콕으로 지낸 지

만 3년이 지났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새로 산 신발은 바깥나들이 한번 못해보고

방안에서만 신었다 벗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눈물이 왈칵 났다.


생물학적 나이로는

언더 10년을 남기고 있는데

그 귀한 시간을 이렇게 보내다니


주인은 잘 못 만나 제 구실 못하는 신발에게 

안하기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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