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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Aug 15. 2023

'인' 과 '연'

드라마 <욘더>를 보고..

내가 없어지는 건 나에게서 없어지는 게 아니야.

잃어버린 것을 잊지 못하는 건 잃어버린 게 아니야.

ㅡ '차 이후' 대사 中

( * 썸네일 - tvN '욘더' 포스터 발췌 )


*스포를 담고 있으니 스포를 원하시지 않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우리가 누군가를 잃고 나면 느끼는 감정 중에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있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지만

어쩌면 '그리워하는 이를 잃고 그리도 많이 욺'이라는 말로도 해석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또 지나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게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기억도 마찬가지이고 그리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어떤 이들은 떠나간 이들을 보내주려고 노력하고,

다른 이들은 떠나간 이를 잊고 싶지 않아 억지로 이어가려고 노력하는데.

('잊다ㅡ잇다'라는 말이 아무 관계가 없음을 알면서도 드라마를 보며 왠지 모르게 두 단어가 생각났다.)


남겨진 이들은 현실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리움이 더 크기에 믿고 싶은 걸 믿는다.

(그리워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 후에도 현재 삶의 가치보다 과거에 가치를 더 둔 사람들은 '욘더'로 떠나기 시작한다.


주인공(재현)은 ‘욘더’가 남은이들에게 거짓희망을 준다고 생각하여

그 허상을 파헤치려 하지만 파헤치던 어느 순간에 '욘더'에 있는 '이후'를 믿게 되고

너무 현실 같은 가상임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잊어가는 게,

기억과 추억을 잃어가는 게 너무 두려워 결국에 주인공도 욘더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욘더가 뭐야?’ (재현)
‘내가 있는 곳’ (이후)
‘거기가 어디야?’ (재현)
‘당신이 없는 곳’ (이후)

5화 대사 中


이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산사람과 죽은 사람은 나눠져 있다.


'욘더'와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낯선 여자(세이렌)이라는 인물은

늘 선택은 본인 스스로 내리는 것처럼 말하지만.

간절함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 간절함을 채워주며 선택을 ‘강. 요.’한다.


욘더에 가기 위해서는 ‘브로핀’이라는 기기로 인해

뇌에 저장된 데이터를 서버에 업로드해야 하는데 죽은 뒤에 활성화가 되기 때문에

'욘더'로 떠나기 위해서는 현재 '여기의 삶(이승)'이 아닌 '다른 곳의 삶(죽음)'을 택해야 한다.


욘더 속의 세계는 세상 모든 달콤함들이 여기저기 펼쳐져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을 씻어줄 것처럼,

아니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지만 사람은 고통이 있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고,

행복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된다.

행복의 순간은 늘 오질 않기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렇게 사람은 성장하며 발전한다.


‘욘더’에 온 사람들은 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공포도 두려움도 없다는 것을.


5화 마지막에 주인공(재현)이 쓰는 글에 이런 대사가 있다.

(죽음은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하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없었다.)

이 대사가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가 아닐까 싶다.


'욘더'에 도착한 주인공(재현)은 너무나도 행복하기에 문득 찾아오는

버그로 인해 그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워한다.

결국 그 버그를 찾아낸 것은 재현이 아닌 그의 부인(이후)이었다.


‘욘더’는 행복감을 유지해 주는 프로토콜로 유지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여기 온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감만을 주는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원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욘더'가 말하는 천국의 의미를 드디어 깨닫게 된 신하균.

각자의 천국은 존재하지만 천국이라고 부르기엔 처참했다.

'매 순간이 반복된다는 것' 소중함의 가치가 무뎌지고 희석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우리가 순간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기를 알기에.

죽음에 대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며 느낀 점은 아름다운 색감과 ost로 잔잔하지만 따뜻한 감동을 주었다.

감성을 건드리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다 보고 천천히 부재를 읽게 되었는데 부제를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남겨진 사람(1)
아내의 계약(2)
기억과의 만남(3)
기억의 저편(4)
죽음 이후의 삶(5)
각자의 천국(6)


부제만 봐도 그 회차를 예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길지 않기에 늘어지는 부분도 없었고

6화로 짧지만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 힘으로는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 있대요.

언젠가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온답니다.’

기억은 기억으로 묻어둬야만 한다.

살아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기에.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욘더의 결말은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우리들은 삶을 살며 '선택'을 한다.

어떤 선택은 우리를 후회로 물들이지만,

그렇기에 성장하고 나중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글을 보고 혹시 아직 사랑하는 이를 잊지 못했다면

'욘더'를 추천드리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ㅡ 이후에게 재현이 말하는 대사



아직 당신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당신도 나를 잊지 않았을까 봐. 당신을 생각하면서 깊어지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당신입니다. 인간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별을 겪으면서 사랑은 늘 실패한다고 생각했지만, 사랑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에 실패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먼 곳에서 당신의 곁을 생각하며 잠드는 일.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체류하는 일. 당신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팍에 사탕이 걸린 것처럼 욱신거립니다. 이것이 사랑의 심장이라면 당신은 사랑의 심장병입니다. 홀몸을 부둥켜안고 죽는 삶의 거짓말을 믿습니다. 당신을 부르고 싶은데 입이 없습니다. 부를 수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생각합니다. 없는 사랑을 있다고 믿는 미신이야말로 사랑입니다. 이 신앙 아래서 우리는 서로를 버리지 못합니다. 망각이여, 우리는 죽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이 되겠습니까, 다시 사랑에 실패할 수 있겠습니까.


ㅡ 인간이 버린 사랑 中,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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