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을 해보자!
클라비어바우어(Klavierbauer)를 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1. 클라비어바우어는 아우스빌둥이라는 직업교육과정을 이수해야 될 수 있다.
2. 클라비어바우어 아우스빌둥의 경우 3년 6개월이 소요된다. 회사와 학교의 동의가 있는 경우 6개월을 단축할 수 있다.
우선 독일에 어떤 회사와 공방이 있는지 알아봤다.
구글링을 해 본 결과 다음 사이트를 알게 됐다.
BDK(Bund Deutscher Klavierbauer) 즉, 독일 클라비어바우어 연합 사이트인데 여기에 아우스빌둥을 할 수 있는 BDK 소속 회사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링크: https://www.bdk-piano.de/index.php?id=44
여기에 유명 피아노회사를 포함 거의 모든 마이스터 공방이 등록되어있어서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우선 이 리스트를 A4용지로 프린트해서 회사마다 전화를 돌렸다.
먼저 전화는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누군지 말하고 원하는 걸 물어봐야 했기에 할 말과 예상답변을 미리 글로 써놓았고 여러 상황을 가정해서 준비를 했다.
대략 '저는 한국에서 온 xx고 xx을 전공했는데 클라비어바우어가 되고 싶습니다. 귀사에서 아우스빌둥을 하고 싶은데 혹시 아우스빌둥 자리가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물어봤다.
매우 긴장되고 떨렸지만 간절했기에 용기가 생겼고 차례차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90% 정도는 '미안하지만 자리가 없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번은 나의 한국식 악센트 때문인지 내가 말하자마자 배를 잡고 웃으면서 '너 아시아에서 왔지? 너무 웃긴다. 일단 원서는 넣어봐'라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곳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친절했고 원서를 이메일로 보내라는 곳이 3군데 정도 있었다.
이제 지원서를 보내야 하는데 나는 한국에서도 취업준비를 안 해봤던 터라 상당히 애를 먹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서류를 구성했다.
- 표지
- Anschreiben
- Lebenslauf
- 대학 졸업증과 성적표, 대학원 재학증과 성적표
- 어학증명서
여기서 어려웠던 부분은 표지, Anschreiben 그리고 Lebenslauf였는데
다행히 구글에서 다양한 예시/레이아웃을 찾을 수 있었고 그중 하나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내용은 먼저 한국어로 작성한 후 독일어로 번역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중요한 서류라 유료 첨삭 서비스(Gekonnt bewerben)에 첨삭을 맡겼다.
서류는 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냈고 회사에 따라서 입사시험을 보는 곳도 있어서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면접 및 입사시험 준비를 하였다. 그동안 담을 쌓고 지냈던 물리, 수학 공부를 하려니 앞이 깜깜했고 생전 안 해본 독일어 면접을 준비하는 것 또한 큰 스트레스였다.
아쉽게도 지원한 많은 회사들 중 답장을 준 곳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받은 답장도 거절이었다.
거의 포기하던 와중 한 회사에서 메일로 연락이 왔다. 내용은 아주 짧고 간결했다.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시간이 되면 연락을 주세요. 그리고 면접날을 잡아봅시다.”
정말 한줄기 빛과 같은 메일이었다.
나는 정확히 일주일 후에 전화를 했고 면접날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