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명상이 악몽에 끼치는 영향

명상 vs 악몽

꿈을 매일 기억하는 것도 나름 재능이 아닐까 하며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티타 파르스바 코나 아사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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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악몽을 꿨다. 신기한 일이다. 악몽을 '오랜만에' 꿨다는 것이 신기한 포인트이다. 나는 꿈을 유독 잘 기억하는데 꿈은 대부분 악몽이었다. 오죽하면 매일 신랑이 아침 인사로 오늘 꿈은 뭐였냐고 물어볼 정도다. 신랑은 내용을 들을 때마다 웃음을 터뜨리며(?) 꿈에 대해 글을 써보거나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꿈을 매일 기억하는 것도 나름 재능이 아닐까 하며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자주 나오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어딘가(주로 학교, 회사)로 가야 하는데 교통편이 오지 않거나 또는 찾는 옷이 없거나 필요한 물건이 없어서 온 집안을 뒤지다가 지각을 앞둔 내용이다. 극도의 초조함과 짜증으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 가야 하는 어딘가로 우여곡절 끝에 무언가를 타고 가면서 꿈은 끝이 난다.

또 하나의 자주 나오는 꿈은 어딘가(주로 수련회, 수학여행, 출장, 회사 연수)로 떠나는데 세면도구나 옷가지를 깜빡하고 가는 내용이다. 그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한결같이 내가 탄 버스 또는 비행기가 이미 출발해 버린 직후다. 매우 중요한 아이템을 두고 왔다는 자책감과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절규하다가 깨곤 했다.

이렇게 적어보면 뭔가 그럴법한 일상적인 내용이고 그렇게까지 악몽은 아니지 않나 싶을 수 있지만 꿈속 내 심정은 끔찍했다. 이런 현실적인 종류의 꿈들이 나에겐 귀신이 나오는 꿈보다 훨씬 무섭다. 비슷한 전개와 다른 설정으로 무수히 겪었던 꿈이지만 매번 괴로웠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실제로는 학교나 회사에 지각을 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두고 떠난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간 약속을 지키는 일이나 짐을 챙기는 일에 대해 필요 이상의 강박에 시달리고 있나 보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꿈들을 꾸지 않은지 꽤 되었다는 사실을 되려 간밤의 악몽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꿈이든 저런 꿈이든 꿈 자체가 기억나지 않고 아예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명상을 한 지 61일째 되는 날이다. 악몽을 꾸지 않은 것도 한 달 반쯤 된 것 같다. 매일 (대부분 좋지 않은) 꿈을 기억했던 나에겐 실로 놀라운 일이다.

어젯밤에 악몽을 꾼 이유는 명확했다. 자기 전에 본 뉴스가 불쾌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뉴스는 불쾌한 정도를 넘어 치가 떨렸다. 자기 전에 간단히 세상 돌아가는 것 좀 보려고 했던 일이 악몽을 선사했다. 더 정확하게는 어제 내 안에 깃든 그 괴로운 감정들이 꿈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꿈을 꾼 덕에 그걸 분명히 확인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만한 또 한 가지 나의 별자리, MBTI 기타 등등에 나오는 특징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감정 이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 감정들이 내면을 온통 휘저어 괴로워질 가능성 또한 높다. 명상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떤 것에도 과몰입하지 않도록 중재해 준다는 것이다. 누가 중재를 해주느냐 하면 바로 나 자신이다. '명상을 만난 내'가 감정에 의한 생채기를 완화해 줄 것이다.

**13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61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