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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Mar 19. 2023

27. 명상과 척주 기립근

느리지만 분명히 변화는 온다

명상은 느리지만 명확하게 여기저기 흩어진 불안한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마치 요가가 느리지만 분명하게 척주 기립근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 것처럼.

카샤파 아사나 자화상

수업 전에 카페에서 하는 여덟 번째 명상이다. 이번달부터 나의 스케줄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이렇게 매일 명상을 시작하기 며칠 전, 나는 결심을 했다. 스케줄을 바꿔야겠다고. 그 결심은 꽤나 견고하고 강한 것이어서 오래 지나지 않아 변화는 찾아왔다. 일주일의 일정 중에 세 개나 조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간 하나둘씩 늘어난 수업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아니 그야말로 뛰어다니며 스케줄을 소화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분명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왠지 점점 지쳐갔다. 수업을 하며 늘 '천천히 호흡을 하라'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뛰어다니느라 숨이 찼다. 한동안 안 아프던 허리가 아팠고 목이 말라 목소리가 갈라졌고 다음 수업에 늦을까 봐 초조한 마음에 하루 중 수업 외 시간에서 여유가 없었다.

이사를 하면서 이동 거리가 멀어지는 바람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강의 준비와 강의로 보내는 것에 비해 시간 대비 실질적 효율은 떨어졌다. 뭔가 바쁘게 달리고는 있는데 내 몸을 갈아서 가까스로 나아가면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시작한 이후 늘 내 안에 있다고 믿었던 행복의 불씨가 꺼져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경으로(전에 일기에서 언급한 어떤 계기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다. 명상은 느리지만 명확하게 여기저기 흩어진 불안한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마치 요가가 느리지만 분명하게 척주 기립근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 것처럼.

깊은 명상으로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히면 그 마음은 세상을 더 나은 곳이 되도록 비출 것이다. 우선 나 자신의 마음을 구해낸다. 매일 잠시라도 명상을 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8분 명상 in 파드마

#명상72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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