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내가 쉬고 있는 숨을 보는 순간에 일상의 다른 거친 요소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찬찬히 보인다.
현 자세 변형 자화상
수업 전 카페에서 하는 열다섯 번째 명상이다. 같은 공간에서 명상을 하는 기록이 쌓이며 매번 다른 점들을 발견하게 되는 게 흥미롭다. 비슷한 여건임에도 지난번과 사소하게 달라지는 요소들을 볼 때 세상에 같은 하루는 없음을 느낀다. 보통의 일상 중에는 지금이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순간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어제와 오늘이, 지난주와 이번주가 러닝머신(트레드밀) 위를 걷는 것처럼 반복된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마신 숨과 아까 마신 숨은 다르고, 지나간 날들과 오늘은 다르다는 걸 호흡에 집중하면서 알게 된다. 눈을 감고 내가 쉬고 있는 숨을 보는 순간에 일상의 다른 거친 요소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찬찬히 보인다.
세상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고 있는 순간을 본다. 바이올린 활이 현을 스칠 때 오로지 소리가 울리는 것과 같은 원리로 들숨과 날숨으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그렇게 명상으로 기억과 생각과 감정의 틈바구니 속에 잠시 실종되었던 나를 되찾아온다. 혹시 또 사라지더라도 괜찮다. 다시 불러오는 방법을 알고 있으므로.
낱개의 덩어리로 보이는 모든 생물과 사물들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뇌의 저편에 묻어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