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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Apr 16. 2018

할 일도 많은데 명상까지 하라고요?


요가 졸업장을 받기 위한 마지막 시험 중의 하나가 학생들을 모아서 그룹클래스(Group Class) 티칭을 선생님과 동료들 앞에서 하고 피드백(Feedback)을 듣는 것이었다. 그때 시험을 치르기 위해 가르 칠 그룹을 여기저기서 찾던 중  각 나라 아시안 사람들이 모여 줌바, 기공, 타이치(Tai Chi), 라인 댄스, 볼룸댄스(Ballroom Dance)등을 배우며 점심도 먹고 교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뱀부 클럽(Bamboo Club)이 시애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강사들은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학생들은 중국인(홍콩 포함), 베트남인들이 가장 많고 그 외 일본, 라오스, 티베트, 캄보디아, 몽골리아, 타일랜드, 한국인들이 섞여있었다.


나는 졸업시험을 위해 이 그룹에서 요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이 대체로 은퇴한 60세 이상이라서 일할 때는 그나마 조금 되던 영어가 은퇴한 뒤로는 영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한 데다 이 클럽에서 자국민들을 만나서 자국 언어로 맘껏 수다를 떨다 보니 아주 기본적인 How are you? Thank you!! 등의  인사만 될 뿐 요가 시간에 영어를 한 들 전혀 소통이 되질 않았다. 몇 명의 사람을 제외하곤 포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내 포즈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한 수업이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눈치껏 잘 따라 했고 처음 해보는 요가를 아주 좋아해서 수업이 끝나면 "땡큐 티쳐!!" 하며 허그(Hug)도 하고 사과도 주고 음료수도 나눠주곤 해서 아시안으로서 정을 서로 나누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졸업시험은 성공리에 잘 마쳐졌고 그 기회를 계기로 지금까지 이 그룹을 가르치고 있다.


사실은 졸업시험이 끝나면 그만 둘 생각이었는데 내 수업이 입소문으로 점점 퍼지게 되어 매주 올 때마다 이 그룹 멤버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15명 정도 되던 학생들이 어느새 수업마다 80-90명이 되었다. 이쯤 되자 이 클럽을 운영하는 센터에서 부랴부랴 요가 매트를 추가 주문하여 100개를 만들었고 교실도 아주 큰 강당으로 옮겨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숫자는 다른 수업에도 영향력을 미쳐 요가하러 온 김에 댄스도 하고 점심도 먹고 가는 추세가 되어 지지부진하던 클럽이 북적북적, 바글바글 몰라보게 달라지다 보니 이 뱀부 클럽을 운영하는 센터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했고 급기야는 수업료를 지불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와 강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돈을 받으면서 가르치고 있다.




이 그룹에 오는 학생들은 내가 발런티어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 다니는 사람들인데 그중 한 학생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나이에 맞지 않게 부드럽고 해맑은 얼굴, 그렇지만 총기 어린 눈매와 바른 자세, 그리고 요가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다른 노인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보았던 도인의 모습이 연상되었는데, 길고 흰 수염, 구불구불한 나무 지팡이만 없지 마치 도를 다 닦고 하산한 "깨달은 자"와 같은 인상이었다. 어느 날 점심을 같이하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는 중국에서 왔고 중국에서는 우주선에 관련된 일을 했던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이 미국으로 공부하러 와서는 덜컥 미국인과 결혼해서 시민권자가 되었고 7년 전에 중국의 부모님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이를 물어보니 뜻밖에 75라고 해서 전혀 믿기지가 않는다 했더니 자기가 25년 전 그러니까 50세 경부터 명상을 해 왔다고 대답을 하였다. 명상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고 물으니 자신이 회사에 다닐 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몸 전체가 안 아픈 데가 없었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팠다고 한다. 혈압도 높고 늘 두통에 시달리고 가슴도 벌렁벌렁 빨리 뛰고 가려움증에 발은 차갑고 시리고... 그래서 병원을 전전했는데 전혀 차도가 없던 차에 어느 날 친구가 명상을 해보라 해서 반신반의하면서 책방에 가서 명상책 한 권을 샀단다. 무슨 명상인지도 모르고 그냥 책에 쓰여 있는대로 따라하기를 25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몸에 있던 모든 증상들이 사라졌고 지금은 아주 건강한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퇴직한 뒤로는 시간이 많아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명상을 해 왔고 미국에 와서도 여전히 그 시간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성공한 CEO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 왜 많은 비즈니스 리더(Business Leader)들이 마사지를 받거나 스포츠를 하지 않고 명상을 하는 걸까? 그것은 명상이 어떤 레크리에이션이나 의식 없는 릴랙스보다 CEO들에게 주는 이득이 많기때문일 것이다.

명상에 대한 연구를 보면 명상이 집중력(Focus), 기억력(Memory), 창의력(Creative thinking),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높이고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Lower Stress Levels) 심지어는 신체적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보고되고 있다. 브리지 워터(Bridgewater)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헷지펀드 회사 사장인 레이 다리오(Ray Dalio)가 "명상이 내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성공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재료이자 근원이다."라고 발표하자 포춘지 500개 기업들 예를 들어 구글(Google), 에이오엘(AOL), 애플(Apple), 애트나(Aetna)등이 직원들에게 명상 공간과 명상 클래스를 오픈하였다. 그리고 이 강의를 오픈한 뒤로 직원들의 리더십이 더 많이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중에서 명상하면 가장 떠오르는 인물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 일 것이다. 리드 대학(Reed College)을 중퇴하고 과학이 답해주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Zen)에 심취했었다. 그때 당시 잡스는 자신의 입양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질문으로 페인(Pain)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었고, 한동안 자신을 낳아 준 생모를 찾는 것에 빠져 있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불교(Buddhism)와 힌두교(Hinduism)에서 선(Zen)을 경험하고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와 스스로  명상 수련을 하고 있던 1970년대에 마침 선불교(Zen Buddhism) 가 미국 샌프란 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뿌리를 내리고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그는 일본인 스승 코분 오토가와(Kobun Otogawa)를 만나게 되고 그의 제자가 되면서 날마다 만나 본격적인 명상 수련이 시작되었다 한다. 이를 통해 잡스는 마음의 진행과정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바라보면 네 마음이 얼마나 쉼 없이 움직이는 가를 보게 될 거야. 만약 네가 마음을 조용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상황은 네 의도와 반대로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되지. 그러나 계속 프랙티스를 하다 보면 조용해질 때가 있어. 그럼 네 마음에 아주 미세한 것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그때 너의 직관력(Intuition)의 꽃이 피기 시작하면 너는 일어나는 일들을 좀 더  분명하게 볼 수 있고 좀 더 현재에 존재하게 돼. 마침내 네가 전에 볼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러나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데 그것은 계속 프랙티스를 해야 한다는 거야."  


선 불교 수행자들은 용기(Courage), 단호함(resoluteness), 내핍생활(Austerity)그리고 철저한 단순함(Simplicity)을 생활에서 실천하기로 서약을 하는데 이것이 나중에 모든 복잡한 테크놀로지를 아주 단순한 터치스크린 형태의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케 한 것이다.


명상이 좋다는 것은 사람들이 거의 다 알고 있다. 심지어 10대 학생들조차도 말이다. 그러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상을 해야 한다는 (Do) 생각 때문이다. 항상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고 있는데 또 한 가지를 더 해야(Add) 한다는 것은 큰 무게감으로 다가와서 쉽게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명상을 한다(Do Meditation) 생각하지 말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기본적인 시간을 뺄 수 없듯이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하면 자연스럽게 명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명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명상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명상은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다. (Certainly meditation is about being more than doing.)

 우리가 가끔은 몸의 독소를 빼기 위해 장을 청소하는 디톡스(Detox)를 하듯이 명상을 통해 우리 머릿속에 가득 쌓인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는 브레인 디톡스(Brain Detox)를 함으로써 생각의 명료함(Clarity)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리고 성과를 내기 위한 고울 오리엔티드(Goal Oriented)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시간은 돈이고 빠른 것이 좋은 것이다(Time is money and Faster is better.)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빠른 결과물을 내야 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멘틀의 피폐함과 신체 건강의 붕괴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한 번 보라!! 그래서 많은 책들이 천천히 가라고, 쉬었다 가라고 경고한다. 혜민 스님 또한 "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 고 하지 않았던가.... 천천히 산다는 것은 미루거나 늘어 터지는 것이 아니라 서두르는 열기에서 벗어나 결핍이 없는 꽉 찬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또한 천천히 산다는 것은 빨리빨리 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떠한 상황에도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하는 힘의 원인이자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미국에서 요가 자격 과정(Teacher's Training)을 시작하면서 명상 저널을 써서 제출해야 하는 과제 덕분에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5분 이상을 버텨내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어찌 그리 생각이 많은지 온갖 생각들로 꽉 찬 머릿속을 헤매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명상이 내 일상으로 들어와 삶의 한 부분이 된 계기는 워싱톤 주 남쪽에 자리 잡은 명상센터에 10일 코스를 다녀온 뒤부터이다. 오고 가는 시간을 합하면 12일간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 미국 전역에서 혹은 해외에서조차 날아와 약 100여 명이 모여 새벽 4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수업을 다른 선생에게 부탁하고 작년에 세 번을 다녀왔고 다가오는 5월에 또 가기 위해 신청을 해 둔 상태이다.

12일의 휴가를 내고 핸드폰도 컴퓨터 사용도 안 되는 곳에서 오로지 명상만을 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 열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습관(Old Habit)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허리, 어깨, 엉덩이, 무릎,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왜 내가 이렇게 자기 고문을 해야 하는 거지? 대답을 하기 전에 잠깐 생각을 해 보자. 내가 그동안 살면서 어떤 방해도 어떤 도피거리도 없이 단 몇 시간 동안 만이라도 오로지 자신과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규율은 아주 간단하다. 말하면 안 되고, 쓰지 말고, 읽지도 말아라. 단지 할 수 있다면 계속 명상을 하라. (No talking, no writing, no reading for 10 days, meditating as much time as possible per day.)

이상한 것은 핸드폰, 컴퓨터가 없어지니 오히려 홀가분해지는 기분이라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랑 연결이 안 되어서 궁금하고 걱정이 되는 것도 처음 2-3일뿐 그 이상이 지나면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 역시 그들에게 무심해진다. 또한 10일 동안 침묵(Silence)을 지킨다는 것은 밖으로 향해져 있던 내 관심과 시야가 온전히 내 안으로 향하게 되고 그로 인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자 가슴이 훅! 내려가며 편안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마침내 내 머릿속에서 살고 있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의 널뛰기는 잠잠해지고 나는 진정한 고요와 평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과정을 마치고 집에서 계속 프랙티스를 하면서 점점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끼고 상황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 향상과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줄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성장의 큰 즐거움이다. 명상은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첼린징(Challenging)하는 것이기도 하다. 명상의 고울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고(Our goal is simply to be.) 텅 빈(Empty) 노력 없는 존재함이다.(Effortles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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