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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Sep 08. 2019

요리를 통한 명상 수행

2019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명상센터를 다녀왔다. 작년에 세 번을 다녀온 것에 비하면 올해는 딸의 이사와 수업 시간 변경, 수업 증가로 인해 봄이 훌쩍 지나가 버려 이제야 겨우 시간을 내서 다녀온 것이다. 이번 명상은 그동안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루고만 있었던 키친 크루(Kitchen Crew) 봉사를 하기로 신청을 하고 5일 동안 명상을 하러 온 130명의 수행자들과 명상을 이끄는 두 분의 지도자 선생님을 위해 부엌에서 음식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수년 동안 명상을 하러 가면 지도자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는 몇 명의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명상에 참여하고 부지런히 부엌으로 달려가 하루 두 끼의 건강한 식사를 제공해 주었다. 그들이 매끼 만들어주는 음식은 전혀 인스턴트를 사용하지 않은, 언제나 신선하고 맛있고 영양 풍부한 그야말로 아름다운 음식이었기에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감동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했으므로 나도 언젠가는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가 이제야 그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결혼하고 주부로 살면서 부엌에서 수십 년을 보냈지만 막상 명상센터 부엌에 들어가 보니 상업용 부엌(Commercial Kitchen)으로 큰 기계들이 장착되어 있고, 시스템화 되어 있어서 우선 기계 사용법과 야채를 씻고, 음식을 준비하고, 조리하는 스테이션(Station)의 위치를 익히고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일을 할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했다.

오늘부터 당장 키친 크루로 신청한 남자 4명과 여자 4명이 5일 동안 130명의 식사를 책임지기로 하고 같은 배를 타고 5일간의 쿠킹 항해를 떠났다.

이번에 같이 하게 된 8명의 키친 크루 모두는 다른 직업 백그라운드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중 2명은 저 멀리 위스콘신(Wisconsin) 주와 몬타나주(Montana)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서 부엌 봉사를 지원하였기에 그들의 봉사정신과 열정에 감동하기도 하였다.


  날씨 좋은 시애틀 여름 집근처 산에 하이킹 가서 찰칵!


명상 수행자들은 명상 기간 동안 침묵(Silence)을 지켜야 하지만, 부엌에서는 하루에 두 번 회의와 의논을 해야 하므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허락 되었다. 나와 같이 부엌 봉사가 처음인 사람이 남녀 4명이었고 나머지 4명은 이미 몇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젊은 두 명의 남, 녀는 10년 넘게 이 부엌에서 봉사를 한 경험자들이었다. 우리는 회의를 거쳐 그들의 경험을 존중하여 그들의 의견과 지시를 따르기로 하고 5일 동안의 메뉴와 재료를 확인하고 레시피(Recipe) 책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음 날 아침식사가 6시 반에 제공되므로 5시에 부엌에서 만나기로 하고 첫날밤을 보냈다.


요가에서 건강과 음식에 대한 지침이 적힌 아유르베다 (Ayurveda, 산스크리트어이며 영어로는 “The Science of Life. 생명과학)에서 에너지(Gunas)는 세 가지 자질(Quality)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데 사뜨바(Sattva)는 순수(Purity), 라자스(Rajas)는 활동(Activity), 열정(Passion), 변화과정(the process of change) 그리고 타마스(Tamas)는 어둠(Darkness), 무기력(inertia)의 속성을 가졌다고 한다. 일단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형성되면 하나의 에너지가 다른 두 개에 비해 두드러지게 되는데, 아유르베다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어떤 음식을 먹는가가 개인의 영적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고, 그런 식이요법을 지키는 것이 몸을 치유하는 기본이라고 여겼다.

사뜨바 상태로 지내는 것이 마음의 평화, 건강한 몸과 면역력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라자스와 타마스 상태도 우리가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실천하며 때로는 잠을 자고, 쉬고 편안한 휴식을 위해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자면 사뜨바는 순수 본질(Pure Essence)이라는 뜻으로 몸에 영양을 공급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유지하게 도와준다.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몸을 건강하게 하고, 좋은 마음을 갖게 하며, 장수(Longevity)하고, 마음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하며 명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다.

그러므로 사뜨 음식은 생명력(Life Force)이라고 부르는 쁘라나(Prana)를 많이 가진 음식들을 일컫는데, 말하자면 자연에서 올개닉으로(Organic) 키우고, 땅에서 먹기 좋게 잘 익었으며, 정제되지 않은 식품들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의 가공식품들은 제조과정에서 케미컬(Chemical)이나 열로 쁘라나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무겁고(Heavy), 생명력이 없으며(Lifeless), 에너지가 없는 “죽은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Dead Food)


명상센터에서는 명상 수행자들을 위해 사뜨바 음식들을 제공하여 그들의 영적 성장과 건강에 도움을 주고자 메뉴와 재료를 엄선하여 선택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태양과 땅의 기운을 많이 받은 과일과 채소들을 직접 농장에서 사 오고, 정제되지 않은 잡곡, 100% 과일주스, 땅콩과 아몬드 등 너트(Nut), 씨앗(Seed), 치즈,  콩, 싹 난 채소들, 꿀, 각종 허브 등이 매 식사 때마다 제공되었다.  


그러나 부엌일은 쉽지 않았다. 하루가 끝나면 다리가 아프고 어깨, 목, 허리가 천근만근으로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아침 5시부터 부엌에서 정신없이 음식을 만들고 식탁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나면 벌써 수련생들의 아침 식사 시간이 되고, 다 먹고 간 뒤에 설거지와 점심에 쓸 재료들을 챙기고 나면 명상에 들어갈 시간이 되곤 하였다. 점심에는 언제나 샐러드를 준비했는데 신선한 유기농 채소에 들어갈 세 종류의 드레싱을 직접 만들어 식탁에 내놓아야 했기에 늘 시간이 빠듯했다. 부엌 봉사가 처음인 나는 모든 것이 서툴러 직접 요리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로 준비 작업을 도왔는데 적은 재료를 가지고 경험 많은 두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음식을 볼 때는 “이건 미라클이야”(This is Miracle!) 소리가 절로 나왔다.  






부엌이란 작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음식을 같이 만들다 보면 전혀 예상치 않은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 갈등도 발생하며, 전혀 다른 의견에 놀라고, 각자의 감정상태, 등돌림의 침묵 등을 회의와 이해로 풀어 나가는 일들이 바로 “명상” 훈련이었다. 부엌은 우리가 그동안 살아오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오픈하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채소 이파리 하나하나를 다듬을 때부터 마음 챙김은 (Mindfulness) 시작되었고,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을 요구받았을 때 대응하는 각자의 태도, 수프(Soup)를 만들기 위해 모든 야채를 잘게 썰었어야 하는데 생각 없이 그만 듬성듬성 크게 썰어서 한 양동이를 만들어 놨을 때 뒤 처리 요령, 나는 시간에 쫓겨 가며 열심히 요리하는데 어떤 두 사람은 구석에서 소곤소곤 잡담을 하고 있을 때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편함, 음식이 눌어붙은 큰 냄비들과 130개 접시를 상업용 디쉬 워셔(Dishwasher)에 넣기 전 닦는 설거지, 물과 음식으로 더럽혀진 바닥은 누가 치우는 거야? 너무 피곤할 때 내 몸 챙김은 어떻게 하지? 명상에 푹 빠져 있는데 부엌일 하라고 계속 요청이 들어왔을 때의 내 태도는?  등등이 그동안 훈련했던 명상을 실제 적용하는 힘든 상황들이었다.


부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Conflict)과 불편함(uneasiness), 조화로움(Harmony) 등은 순간순간 우리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깨달음을 주며 또한 당혹감도 주었는데, 그런 순간순간이 우리 자신 속 깊은 곳에 감춰뒀던 내면을 뚜렷하게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부엌에 있을 때는 명상 홀에서 명상을 할 때 느끼는 평화(Peace), 넓은 공간감각, 자존감, 현재에 존재함(Present Feeling) 등과 반대되는 마치 역기능 가정(Dysfunctional Family)에 있는 듯한 혼란과 긴장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득 키친 크루(Kitchen Crew)로 하루가 시작되던 날 명상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가 한 말이 생각난다.


“21세기 미국은 수행센터에서 수십년 동안 수행을 한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명상 선생이 더 필요한 게 아니라, 그들이 수행한 것을 가정, 직장, 사회에서 실제 적용하는 선생이 더 필요하다.”


그렇게 하는 자만이 위대한 명상가나 수행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간간이 일어나는 부엌에서의 대화는 매우 오픈되고(Open), 진솔하고(Raw), 도전적이며(Challenging) 때론 어렵기도(Difficult)했지만 전반적으로 생생하고(Alive), 긍정적이며(Positive), 생산적인 (Productive)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우리 각자는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이유를 찾아내고 점점 대화를 줄여가며 침묵과 함께 일하면서 최선의 명상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셋째 날 점심을 다 준비하고 난 뒤 약간의 시간이 남아 여자 봉사자 네 명이 식탁에 앉아 자신의 명상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중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여기에 옮겨 보려고 한다.


“우리의 순수했던 마음은 살면서 마치 하수구가 음식 찌꺼기와 머리카락으로 막혀 물이 잘 내려가지 못하듯이 마구 헝클어지고 뒤틀려졌으며 막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아 압력이 센 큰 파이프로 뜨거운 물을 쫙 쫙~ 뿜어대면 검은색의 찌꺼기가 섞인 더러운 물들이 한참 동안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 더러운 물은 예상되었기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지만 전혀 예상치 않았던 잘 쓰지 않았던 하수구 깊은 곳에 있던 진한 녹색의 이끼나 녹물들이 나올 때는 “ 아니, 이거 뭐 잘못된 거 아냐? 어디서 이런 오물이 나오는 거야? 나는 깨끗한 물을 원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심하게 악취 나는 물들이 나오고 있다니(Super-extra nasty Water)…”하며 불평과 의심을 한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물을 붓다 보면 어느 순간 맑은 물이 나오게 되고, 마침내 우리는 그 맑은 물이 매일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다 보면 과거와 미래의 온갖 검은 색깔의 냄새나고 헝클어진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데, 마음은 우리가 안정되고 이완되고 편안한 상태와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지네가 개구리 등위에 앉아 강을 건너게 되었다. 개구리가 겁이 나서 물었다.

“ 지네야, 너 나 물어서 죽일 거니?

“아니, 너 죽으면 내가 물을 건너갈 수 없잖아. 안 물어.”

개구리가 그 말을 듣고 안심하여 지네를 등에 없고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지네가 개구리를 찔러 몸에 마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개구리가 죽어가며 있는 힘을 다하여 

지네를 바라보며,

“ 너 안 찌른다 했잖아.”

“ 알아, 근데 그게 나의 속성이야.


우리 마음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 없이 바쁘게 동동거리게 만들고,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과 불안 속에서 순간순간을 보내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잠시 잠잠하다가도 지네가 자기도 모르게 개구리를 찌르듯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말로 죽이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조금씩 나아지는 내가 되기 위해 명상 방석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본다. 호흡은 에너지 통로이므로 호흡이 제한되고 컨트롤되면 에너지 흐름 또한 제한되게 된다. 우리가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게 되면 우리 몸은 자동적으로 릴랙스 하게 되고 에너지 흐름을 좋게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의식 집중(Awareness)과 호흡 훈련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에너지 흐름을 가질 수 있고 좀 더 이완된 상태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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