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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Feb 13. 2019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결가부좌 자세(Padmasana, Full Lotus)로 명상 수련하기

 시애틀에 폭설 주의보가 내린 겨울 끝자락에서 샤나(Shana)를 만난 건 굿 타이밍이었고 어쩌면 행운이었다. 샤나는 Los Angeles에 사는데 시애틀이 궁금해서 처음으로 여행차 왔고 명상 모임 (meet up)에서 만났다. 그녀는 피부과병원 전문 화장품을 제조해서 파는 회사의 CEO인데 아마존에 론칭을 했을 때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 아마존이 자기에게 큰 집을 사 줬다고 했다. 돈을 많이 벌어 심심하면 바로 비행기 티켓을 사서 파리로 날아가 며칠 있다 오기도 하고, 남미에 있는 특급호텔에서 한 달을 지내다 오기도 하는 등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화려한 single life를 즐겼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을 경험하게 됐고,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찾은 게 명상이었단다. 지금까지 5년 정도를 수련해 왔고 명상을 시작한 이래로 건강한 삶을 되찾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고 자기가 돌보지 않아도 비지네스가 잘 굴러가게 되어 지금은 미국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Free명상 교실을 열어 사람들에게 명상을 알리는 일에 돈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녀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베트남 계의 용화(YongHua) 스님의 지도로 선(Chan, Zen) 명상법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 수행법에서는 결가부좌 자세(Padmasana)를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 요가를 지도할 때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포즈 중 하나가 골반 열기(Hip opening)다. 어렸을 때부터 의자에 앉아 생활했고 바닥에 앉아본 적이 거의 없는 이들에게 특히 결가부좌 자세( Full Lotus)는 아예 엄두도 못 내는 무시무시한 자세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한두 번 요가원을 찾는 학생들에게 어렵기만 한 결가부좌 자세를 가르치느라 오랜 시간을 끌 수도 없어 자연히 제쳐놓다 보니 나 역시 결가부좌 자세를 안 한 게 꽤 오래된 거 같다.


명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샤나는 다리와 목, 어깨 등을 스트레치 하게 하고 우리에게 우선 결가부좌 자세를 만들어 보라고 요구했다. 갑작스런 요구에 참가자들이 Full Lotus자세를 만드느라 땀을 흘리며 낑낑거렸다. 

말 많은 미국애들이 이 자세는 왜 해야 하느냐? 꼭 이 자세를 해야 명상이 잘 되느냐? 이건 Impossible이다!! 면서 컴플레인과 질문을 쏟아냈지만 샤나는 일단 자세를 만들어 내면 설명한다면서 답을 뒤로 미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세를 만들어 내지 못한채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한쪽 무릎이 하늘로 치솟는가 하면 겨우 한쪽 엉덩이로 걸터앉는 정말 웃지 못할 상황들이 연출되었고 얼굴은 서로 웃고 있었지만 자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얼굴에 역력하게 보였다.

나 역시 두 발을 양 허벅지 위로 올리자 벌써 통증과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눈을 감고 명상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왼쪽 발목이 끊어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오른 발은 점점 감각이 없어지기(Numbness) 시작하였다. 이 같은 통증을 통해 좀 더 의식을 집중하는 디아나(Dhyana, 집중)와 고도의 집중 상태(Samadhi States)에 도달한다고 샤나가 설명하는데 오히려 통증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떨리기조차 했다.  점점 엉덩이 아래가 차갑고 무거운 덩어리, 시멘트와 같은 느낌으로 변하자 몸이 외쳐댔다.


Stop!! Stop !! No More!!

                                                                                  

"샤나, 더는 못하겠어... 다리에 감각이 없어.. 이렇게 피가 안 통해도 되는 거야?  발목이 끊어질 거 같은데 내 다리가 괜찮은 거야..?"


눈을 떠서 주변을 보니 얼굴에 통증, 실망과 미안함 등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채 이미 모두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리다, 이제 겨우 25분 했는데 풀어? 좀 더 해봐! 정 힘들면 스트레치를 좀 한 다음 또 시작하기로 하자."


"아니, 더는 힘들 거 같아. 다리가 쥐가 나서 너무 아프거든.."


"리다, 네 몸은 괜찮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그렇지만 네 Ego가 '아프니까 그만해' 하고 너를 조종하는 거야..(Your ego might need some fine- tuning.)네 명상이 더 이상 진전이 없어 Stagnation상태에 있다면 네 몸을 믿고 좀 더 집중 상태에 빠져 보도록 해 봐. 지금 못하면 언제까지 미건데...?

예를 들어 볼게. 산 밑에 있는 사람과 산 위에 있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많은 것을 볼까? 산 밑에 보는 사람이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의 뻥 뚫린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단 당장 다 이루려고 하지 마, 천천히 해도 돼. 나도 몇 년 걸렸으니까."

(Try slowing down. Take your time with it.)

그리고 그녀가 한마디 덧 붙였다.

"결가부좌를 하기로 한 것은 내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였지."


그 한마디에 정신이 후다닥 깨면서 내가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페인(Pain)을 이겨내야 하고 그 성장(Growth)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쳤다.

그래, 이게 내 한계였다면 한 번 해 보리라...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참기 어려운 힘든 일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은 강한 마음을 지니리라...

 만약 내가 없다면 그것은 내 문제일테니..




결가부좌 자세는 전혀 자연스러운 자세가 아니다. 발이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는 게  중력에 의한 자연스런  자세라면 이 자세는 몇 가지 다른 요가 자세처럼 중력에 반하는, 역행하는 (Against Gravity) 자세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언제나 중력의 지배하에 살고 있으며 그 중력이 우리를 늙게 하고 ( 얼굴과 피부가 처지고 늘어짐) 키를 줄어들게 하며, 허리 통증을 유빌하게도 한다. (척추 사이의 간격을 좁게 만들어 허리 통증을 유발함) 그러나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젊어 보이고 Aging이 더디게 오는 이유는 요가 수련 중에 이런 반중력 포즈를 자주 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반중력 자세들은 자세의 불편함으로 두려움을 갖게 하고 통증을 유빌하므로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즈들이 아니다. 결가부좌 자세는 삼각형 구조의 가장 안정되고 견고한 자세로 다리를 서로 교차하여 허벅지에 얹혀 놓아 에너지를 닫음(Energetically closed)으로써 에너지아래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오히려 에너지를 축적(Accumulation)하고 보존(Conservation)하여 의식이 위로 올라가 단전이나 미간 사이의 여섯 번째 차크라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집중력(Concentration)을 높여준다. 



붓다는 말한다.

일단 견고하고 안정된 자세를 취하면 마인드풀 (Mindfulness) 한 상태로 빠져든다.

(Once you have established a stable posture, you should arouse mindfulness.)


                 

이렇게 시작한 결가부좌 자세 명상이 매일 지속되고 있다. 20분에서 25분, 30분....

오늘 아침 5시 05분에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깊은 명상에 들어가 보고자 처음으로 알람을 켜 놓지 않았다. 눈을 떠 보니 55분이다. 50분을 그다지 고통 없이 편안하게 명상을 마쳤다는게 신기했다.

인간의 몸은 어느 정도의 극한 상태에서도 꼼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Full Lotus자세= 아프다. 다리에 쥐가 난다. 피가 통하지 않는다. 무릎에 통증이 심하다. 고통스럽다. 고 믿으면 시작도 전에 몸이 생각에 맞추어 미리 반응하여 그대로 고통을 느끼게 한다. 어느 날은 매우 힘이 들고 어느 날은 통증이 미미한데  그 차이는 무엇일까? 자세는 늘 같다. 단지 내가 차이를 만드는 것뿐이다.



나는 이 명상과정을 통해 배웠다.

Doggy Mind와 Lion Mind의 차이를....

개는 플라스틱 뼈다귀를 던지면 뼈다귀를 바라보며 달린다. 몇 번을 던져도 이리저리 신나게 달리며 뼈다귀를 주워 온다. 개는 오로지 뼈다귀만 본다. 그 이상을 보지 못한다. 새 뼈다귀를 던지면 방금 전에 던졌던 다른 뼈다귀는 잊어 버린다. 근원이 뭔지 모른다. 개는 뼈다귀에 따라 휘청거린다. 그러나 사자는 뼈다귀를 던지면 뼈다귀를 쳐다보지 않고 던지는 source 인 사람을 뚫어지게 본다. 뼈다귀 따위엔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사자는 뼈다귀 이상을 보기 때문이다. 나를 본다. 미동도 없다. 중심에만 집중하지 뼈다귀 같은 주변의 소음은 철저히 무시한다. 마침내 소란을 피운 나를 잡아먹는다.

여기서 뼈다귀는 내 마음이다. 걱정, 불안, 슬픔, 분노가 일어날 때마다 화난다고, 슬프다고, 불안하다고 개처럼 이리저리 끝없이 움직이며 날뛸 것인가, 아니면 사자처럼 앉아서 반응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침착하게 (Non-reactive, Non- Judgement and poised) 가만히 문제를 지켜보고 그 문제를 일으킨 존재, 나의 에고(ego)를 사라지게 할 것인가...


독일의 심리학자인 시그먼드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사람들이 쾌락, 즐거움(Pleasure)을 추구하고 고통( Pain)을 멀리하는 특성을 쾌락(즐거움)의 원리(Pleasure Principle)라고 정의 하였다. 아주 어린아이들조차도 욕구충족을 찾고 어떻게해서든지 고통을 피하려 노력하는 것을 보지 않는가? 그러나 쉽게 얻어지는 만족감에 취하다보면 어른이 되어서 조그만 고통도 이겨내지 못하고 좌절하고 무너지며 휘청거린다. 그리고 고통을 감춰주는 약물이나 마약에 중독되기도 한다. 결가부좌 자세로 하는 명상은 신체적 고통을 통해 좀 더 Concentration Power를 길러주고, 고통을 이겨내는 자신의 의지력을 높이는 명상법이다. 


"Yes You Can Fail, But If You Don't Try You Will Never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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