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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Feb 03. 2019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진정한 어둠(Darkness)의 의미에 대하여

요즘은 도시건 시골이건 간에 전등이 환히 비춰주기에 깜깜한 어둠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에 가면 아직 전기시설이  없어 호롱불이나 등잔불을 켜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할머니도 깡촌 시골에 사셨는데 여름에 할머니 집에 놀러 가면 전기시설이 없어 밤이 되면 등잔불을 켜고 마당에 모깃불을 켜놓고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었다. 잘 시간이 되어 등잔불을 끄고 나면 창호지 너머로 하늘에 별들이 찬란하게 빛을 내는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고 달빛도 물체를 어렴풋이 인식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그 별빛과 달빛에 의존하여 마당 한쪽 구석에 있는 푸세식 화장실을 갈 때면 어둠이 너무 무서워서 징징대며 반드시 할머니를 옆에 끼고 다녀와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 사람들은 왜 어둠을 무서워할까...?

역사적으로 보면 수렵시대, 즉 정글에 살던 시대에서 기원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낮에는 인간이 야생 동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었고, 동물을 잡아 자신의 먹이로 이용하였지만, 밤이 되면 반대로 언제나 동물에게 잡혀 먹힐 위험에 처하게 됨으로써 늘 희생당할 공포가 있어서 어둠(Darkness)과 죽음(Death)은 깊은 연관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어둠 속에서는 나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와서 두 번 정도 어둠에 대한 체험을 해 본거 같다.

첫 번째는 몇 년 전에 미국 국립공원인 엘로우 스톤(Yellowstone)을 차를 몰고 가는 길에 몬타나 주(Montana State)를 경유하게 되었다. 나의 요가 학생이 알려준 유명한 몬타나 주립공원인 루이스 앤 클락 동굴(Lewis & Clark Caverns)을 가게 되었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석회암 동굴이었다. 높은 산 위에 동굴이 있는데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하게 되어 있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줄을 지어 동굴 탐험을 하는 중에 어느 지점에 가니 잠시 쉬며 이 동굴을 찾아낸 개척자 루이스와 클락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 두 사람이 촛불을 들고 동굴을 탐사하다 길을 잃었는데 마침내 촛불도 다 꺼지고 음식도 떨어지고 오한에 떨며 깜깜한 동굴 안에서 며칠을 보내다 극적으로 살아난 이야기였다. 두 팔과 다리로 바닥을 기며 동굴을 들어올 때 느꼈던 미세한 바람의 방향과 물소리에 집중하며 몇 날 며칠을 칠흑과도 같은 어둠과 싸우며 살아 나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 이 순간  죽음과 같은 공포를 이겨낸 그들의 개척정신을 경험하고자 약 20초 동안 완벽한 어둠을 경험할 것이라고 얘기하며 우리더러 One Two Three를 외치라고 했다. 관광객들이 소리를 내서 Three, Two, One!! 을 외치자  동굴 안을 비추고 있는 약한 전등의 불들이 순간적으로 꺼졌다. 

그러자 완벽한 어둠이 내 앞에 나타났다. 눈을 떠도 감아도 칠흑 깜깜 어둠이다. 루이스와 클락은 이 어둠에서 네 발로 기며 자기가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옆으로 가고 있었고, 서 있다고 생각했지만 누워 있었고  앞으로 계속 간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길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오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박쥐나 들쥐 등 어떤 동물도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온 감각을 열어 바람 한줄기, 물줄기의 흐름, 빛을 찾기 위해 죽음과 싸우며 기고 또 기었을 것이다. 

20초는 매우 긴 시간이었다. 나는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었고, 두려움이 엄습했으며 일행이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Aloneness"를 경험했다. 오로지 나 혼자임(Alone)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석회암 동굴로 피사의 사탑 모양이 보인다. 


 두 번째 경험은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알카트라즈 감옥(Alactraz Prison)에 갔을 때 감옥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이다. 이 감옥은 미국에서 아주 무서운 흉악범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2km 떨어진 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감옥에 있는 감옥수들은 2km 너머 도시에서 새어 나오는 번쩍거리는 도시의 불빛을 보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밤이 되면 빛을 완벽하게 차단했고 시멘트 바닥에 히터도 없었으며 더 심한 경우엔 알몸으로 매트리스조차 없이 밤새 서 있거나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게 했다 한다. 투어를 하는 중에 그 흉악범들이 살았던 감옥들을 들여다보니 가끔 어떤 방은 스케치 북에 그림도 그려져 있고 글도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칠흑 깜깜 어둠 속에서 침대에 누워 상상을 하고 자기 암시를 하며 밤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깜깜하기만 했던 그 공간이 점점 깊은 명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어둠이 익숙해지며 하늘처럼 넓어지고 여러 가지 색들을 보는 경험을 하곤 했다 한다. 그런 사람들은 오전에 일어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며  감옥수 생활을 잘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철창 속으로 들여다봬는 작은 침대 하나를 보며 물리적 어둠, 심적 어둠과 싸워야 했던 감옥수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바라 본 알카트라즈 감옥의 모습이다.


낮이나 밤이나 늘 밝음 속에서 살기에 진정한 어둠을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지난 1월 초 나의 명상 멘토인 수반(Subhan)이 자신의 집을 오픈하여 완전 칠흑 깜깜한 어둠을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하여 단 1초도 머뭇거림 없이 참석하였다. 

10명 정도가 참석을 하였고 서로 멀리 멀리 떨어져 앉았다. 1시간 정도의 어둠 속에서의 명상(Darkness meditation)은 처음이었으므로 약간의 긴장과 기대를 가지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반의 집은 시애틀 시내 한복판에 있지만 빛을 완전 차단하였기에 불이 꺼지자 완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수반이 시작 전에 얘기하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사람들은 각종 사회단체를 만들어 냈다.  라이온스 클럽, 로터리 클럽, 정치적(Political), 이념적(ideological) 클럽, 소셜 미디어 그룹, 그리고 종교, 교회, 성당 등...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많은 사람들과 있어도 마치 환한 빛 속에서 갑자기 어둠을 느끼듯 자신이 혼자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 죽어간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어쨌든 혼자라는 사실은 우리 존재의 가장 기본이며 절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Aloneness is something so essential to your being, there is no way to avoid it.)

이 어둠 명상을 통해 철저히 혼자임을, 자신을 좀 더 열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오쇼(Osho)는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혼해서 왜 싸우는지 아는가?

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들은 사실 모두 피상적이고 표면적인 것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외로움을 물리치고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고 찾았지만 결코 자신의 외로움이 해결되지 않으므로, 다시 말하면 상대가 존재함으로써 사실은 더 외로움을 인식하게 됨으로써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외로움은 그림자와 같아서 도망을 쳐도,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어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붙어 있게 된다. (It's just like your shadow- the faster you run, the faster your shadow runs. Wherever you go , the shadow goes. It is simply stupid to fight with the shadow.) 그러므로 외로움과 싸우지 말고 차라리 외로움이 네 몸을 봉투처럼 싸도록 놔 두는 게 나을 것이다.. 처음엔 물론 두려움이 엄습하겠지..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자신을 알게 되는 경지를 느끼게 되는데 내 경험으로 보면 나를 많이 알수록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혼자(Aloneness)라는 게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알게 됐나?    


동의하시나요..??


진정 혼자일 수 있는 사람만이 결혼해서 외로움을 채워달라고 구걸하거나 싸움을 걸지 않고 Organic하며 Healthy한 관계를 이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어둠 속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타이틀, 부, 지식, 관계, 사고체계 등이 보이지도 않고 작동하지 않으므로 내가 누군지를 모르는 상황(Unknown) 즉, 미스터리(mystery)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며 오로지 자신의 영적 세계와 영적 가치에(spiritual value)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빛이 있는 상태에서 눈을 감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우선 만약 내가 안전한 곳에 있지 않다면 상당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임에 틀림없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부터 오로지 나 혼자임을, 아무도 내 옆에 없음을 느끼고 즐겨야 한다.(I have to learn and enjoy the beauties of my loneliness and aloneness.) 시간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의 불편함과 어색함은 점점 조용함과 고요속으로 빠져 들었고 몸의 감각체계가 매우 예민해짐을 느꼈다.



이 세상은 너무나 풍요롭고 아름다운데, 나무도 풍요롭게 많고 새들도 많고, 먹을 것도, 탈 것도, 입을 것도, 줄 것도, 예쁜 것도 세상에 넘치는 것뿐인데 그리하여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이 세상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부족함을 느끼고 삶을 즐기지 못하고 산다. 나 역시 이 풍요로운 세상에 대한 나의 제한된 사고(Limited thoughts)로 인해 풍요로움을 즐기지 못하고 결핍을 느끼며 사랑, 평화가 지속되지 못하는것을 경험하며 살기에 내 꿈에 대한 시각화, 집중(Focus), 그리고 꿈이 이미 이루어진 것을 상상하며 1시간을 마쳤다. 


1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고 내가 존재함에 감사함을 느끼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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