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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김 May 21. 2019

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오늘 요가 수업 어땠나요?

비가 주룩주룩 오는 5월, 월요일 아침에 차를 달려 수업에 가보니 한동안 보이지 않던 짐, 조앤(Jim & Joanne ) 부부, 카니(Connie), 존(John), 쟈넷(Jannet)이 매트를 깔고 자리 잡고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오랫동안 요가 수련을 해 온 경험 많은 요기(Yogi) 들로  한 가지 포즈로 자세를 홀딩(Holding)하는 것보다는 요가 플로(Yoga Flow)를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요가 외에도 스키, 골프, 수영, 사이클링, 카약 등을 즐기며, 삶이 매우 액티브하고 자기들끼리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멤버들이다. 그들 외에도 중국인 제인(Jane), 인도인 사비라(Saveera), 일본인 미도리(Midori), 가츠코(Kachuko) 모두가 일찍 와서 서로 떠들썩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요가원에 들어가자 활기찬 분위기와 밝은 웃음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오며 에너지가 넘쳤다. 오늘 수업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생각하고 왔던 수업 계획을 완전 변경하여 그들의 니즈(Needs)와 요구를 만족시키고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비니 요가 플로(Vini Yoga Flow)로 구성된 빈야사와 좀 강한 백밴드(Back bend), 암 밸런스(Arm Balance), 그리고 시간이 나면 숄더 스탠드(Shoulder Stand)까지를 계획하며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잘 나가던 수업에서 갑자기 비니 요가 시퀀스가 흐트러지며 오른쪽 플로를 마치고 왼쪽을 할 때 포즈 한 개를 빠뜨리고 넘어갔다. 아차!! 했지만 너무 늦었다. 그러다 보니 말도 헛 나왔다. 오른발을 들라고 해야 하는데 자꾸 왼발을 들라고 반복해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학생들은 선생의 실수를 알면서도 모른 채 넘어가는지 아니면 빠르게 진행되는 플로에 열중하느라 모르고 가는 건지, 하여간 에너지가 잘 돌고 있는 발그스레한 얼굴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포즈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업 후 "오늘 수업 죽 쒔군!!" 생각하는데 목소리 큰 제인(Jane )이 복숭아처럼 발그스레 예쁜 얼굴로 땀을 닦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리다, 오늘 수업 진짜 좋았어!! Thank you so much for the amazing practice this morning!


때로 우리가 뭘 힘들게 했는데 실수하거나 일이 잘못됐을 때 "오늘 죽 쒔어!!"라는 말을 하는데 가끔은 죽이 더 맛있을 때도 있더군요...


나는 요가 선생이 되기 전 한국에 있을 때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강의를 했었다. 가르친 내용은 달랐지만 티칭(Teaching)의 기본 개념은 같다. 즉 수업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언제나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수업지도안을 쓰곤 했었는데 거기에는 '수업 목표'를 적는 난이 제일 앞 머리에 나와 있고, 그 내용은 "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를 할 수 있다."로 적었던 기억이 있다. 즉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얻게 되는 지식(Knowledge)과 성취(Accomplishment)를 분명(Clear)하게 적게 되어 있는 것이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매 시간 요가도 가르칠 분명한 목표가 설정되어 있어야 하며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베네핏(Benefit)을  얻고 성취할 것인지를 요가 선생은 의도(Intention)를 가지고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므로 요가 선생으로서 요가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선순위" 란 순서가 일(One) 보다 앞 선 영(Zero) 순위인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Priority"인데 " the very  first or prior thing"으로 설명된다. 만약 우선순위 항목이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라면 그것은 더 이상 우선순위로서의 의미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예를 들면 수업 목표를 단순히 땀나게 해서 학생들을 기분 좋게 할 것인가? 학생들이 자신들 몸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몸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인가? 아님 좀 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에너자이징(Energizing)할 것인가, 릴랙싱(relaxing)할 것인가?  등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만약 오늘 수업이 선생과 학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즉,

(1)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What)- 내용(Content)

(2) 왜 이것을 가르칠 것인가? (Why)-의도(Intention)

(3) 언제 가르칠 것인가? (When)- 시간(Time)

를 고려해서 수업 시퀀스를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잘 된 요가 수업과 잘 못된 요가 수업을 비교해 보자면,


잘못된 요가 수업의 예:

(1)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What)

1시간 안에 가르칠 수 있는 최대한의 포즈를 이것저것 집어넣어 쉴 새 없이 포즈의 연속 동작이 이어짐으로써 수업의 핵심과 내용이 없어 혼란스럽다.


(2) 왜 이것을 가르칠 것인가? (Why)

학생들이 이 포즈를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학생들의 보이는 신체적 요구(뱃살을 빼고 싶다, 허벅지를 튼튼하게, 목선을 아름답게, 가슴을 업(up)시켜달라.. 등등등)에 맞춰 수업을 디자인한다.


(3) 언제 가르칠 것인가? (When)

새벽반, 오전반, 오후반, 저녁반 상관없이 항상 같은 내용으로 가르친다.


잘 된 요가 수업의 예:

(1)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What)

오늘 수업에 대한 확실한 의도가 있고 그에 맞는 시퀀스가 짜여 있다.


(2) 왜 이것을 가르칠 것인가?

학생들의 몸과 마음, 에너지의 현재 상태에 따른 필요와 요구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3) 언제 가르칠 것인가?

새벽 수업, 오전, 오후, 저녁 시간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그럼, 잘 된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1) 만약 수업에 오는 학생들이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면 태양 경배 자세(Sun Salutation)등을 시퀀스에 넣어 척추와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에너자이징(Energizing) 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2) 만약 학생들이 오후에 에너지가 떨어진 학생들이거나 주부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깊이 들이쉬는 들숨(Inhalation)을 하는 백밴드(Back Bend) 포즈를 여러 개 집어넣는다.


(3) 만약 학생들이 추위로 움츠려져 있거나 에너지가 침체되어 있다면 좀 더 열이 나고 (heat up) 밝은 기분(Bright mood)을 들게 하는 강한 포즈와 교호 호흡(Nadi sodhana Pranayama)을 수업에서 시도해 본다.


(4) 만약 학생들이 마음이 혼란스럽고 심란하다고 느낄 때는 좀 더 천천히 수업을 진행하고 한 포즈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며, 실제 촛불을 켜놓고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정신적 명료함을 얻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므로 좋은 수업이란 학생들의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장소가 요가원인지, 피트네스 센터인지, 하루 중 어떤 시간에 요가 수련을 하는지 먼저 고려하고, 아사나, 호흡, 명상 등의 비중을 조절하여 수업을 한다. 또한 수업 목표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설정하여

(1) 어깨의 운동량을 크게 할 것인가(greater range of motion in the shoulder)

(2) 호흡량을 높일 것인가(higher breath threshold)

(3) 발란스와 안정감을 높일 것인가( sense of stability and ease)

(4)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파트너 요가나 그에 맞는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로 끌어 갈 것인가(deeper connection to their community)등등등... 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물론 선생이 의도했다 해서 모든 학생들이 똑같이 느끼지는 않겠지만 어찌 됐든 선생은 학생들을 자신이 설정한 수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끌어가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구체적 예를 들어 보겠다.

지난 3월 캐나다에서 스키를 타던 카니(Connie)가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쳤고, 그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어깨 통증을 아침 수업에서 도움을 청했다.

카니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포즈 네 가지를 여기에 소개한다.

(독자 분 중에 어깨 통증이 있다면 한 번 따라 해 보기를 권한다. )



다음은 위 그림 1,2,3,4에 대한 설명이다.

(1) 먼저 upper back과 어깨를 지탱해주고 있는 척추와 견갑대(Shoulder girdle)의 근육들을 강화하는 포즈들을 하여 어깨, upper back, 견갑대를 웜업(Warm-up)한다.

(2) 팔을 앞, 뒤 좌, 우로 움직이는 움직이는 동작을 하여 어깨 관절을 부드럽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자신이 과도한 통증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며 서서히 동작을 늘린다. 숨을 내쉴 때 손바닥을 위로하여 팔을 뒤로 보내고 아래를 본다. )

(3)  어깨 앞쪽을 늘리는 동작을 위해 어깨를 뒤로 보내는 포즈들을 한다.

 ( 평소에 어깨가 앞쪽으로 움직이므로 반대 방향인 뒤로 보내는 동작을 한다. 숨을 들이쉬며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팔을 뒤로 보낸다. 벨트나 수건을 잡고 한다.)

(4) 두 발을 모은 상태의 뱀 자세(Cobra pose)에서 숨을 들이쉬며 다리를 든다. 다리를 넓게 벌리면서 상체를 일으키고 두 팔을 뒤로 보낸다. 숨을 내쉬며 두 발을 다시 모으고 팔을 내린다.)

이 모든 동작을 할 때 깊은 호흡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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