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 좋은 충주에 사는 나는 아파트 근처에 즐비한 체육관의 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원도 산세를 닮은 산과 크고 작은 호수가 풍성해, 봄 여름 가을 겨울 제각각 아름다운 등산로와 산책로가 지척에 널렸는데, 왜 TV 화면이나 아파트 빌딩 숲을 바라보며 기계 위에서 뛰거나 걷느냐 말이다. 운동이 아니라 노동 아닌가 싶었다.
운동은 싫어하지만 걷는 건 온종일 할 수 있는 나는 의사가 PT를 처방했을 때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더 열심히, 더 빨리, 더 많이 걸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의사가 쓴 책 속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무서워서 PT를 등록했고 지금은 내 몸에 왜 PT가 필요한지 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번아웃되었다. 갱년기, 과로, 수면 부족 등으로 삶의 질이 나빠졌는데 거기에 코로나가 결정타를 날렸다. 하루에 만 보를 걷고, 좋다는 약은 다 챙겨 먹고, 평소보다 길게 쉬어 봤지만,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 후유증이 2달을 넘기자 몸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우울하고 짜증이 났다.
몸이 건강한 상태라면 나는 여전히 체육관 러닝머신보다 호암지 산책로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몸을 흔들어 깨울 극단적 조치가 필요했다. 의사와 트레이너 모두 고강도 인터벌 운동을 주문했다.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들게 뛴 다음 쉬고 또 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42.195km를 뛰는데 나는 고작 2분만 뛰어도 죽을 것 같다. 옆에서 몇십 분씩 뛰는 사람을 보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놀랍다. 20분 같은 2분을 뛰고, 2분을 걷고, 다시 2분을 뛰며 30~40분 운동을 하니, 1시간 산책과는 다른 성취감이 차오른다. 몸과 마음이 쨍하게 깨어나는 느낌이다.
핀란드에서 그 유명한 핀란드 사우나를 처음 경험했다. 실내 온도 60도가 넘는 뜨끈한 사우나 안에서 몸을 충분히 덥힌 다음 시원한 강으로 뛰어든다. 핀란드 사람들은 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들어간다. 그때의 경험이 좋아서 지금도 사우나에 가면 온탕과 냉탕을 왕복한다. 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주의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찬물 속 정신이 번쩍 나는 순간이 좋아서 사우나 후 냉탕을 즐긴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이나 핀란드 사우나처럼 삶에는 때로 적절한 자극이 필요함을 알겠다. 잠들어 있는 몸과 정신을 억지로라도 흔들어 깨워야 할 때가 있음을 배운다.
사우나와 다르게 러닝머신에 올라갈 때마다 갈등한다. 그냥 더 오래, 빠르게 걸으면 되지 않을까? 숨차게 뛰는 2분을 피하고 싶어 잔머리를 굴린다. 다음 주에 봐야 할 의사 얼굴이 지나가고, "뛰세요."라는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야 겨우 속도를 높인다. 하면 좋은 걸 알면서도 자발적 동력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늘 “자발적 동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내가 학생 입장이 되고 보니 쉽지 않다. 숨이 차오르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혼자보다는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하고 격려하고 응원해 줄 선생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