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리프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 살짝 삐끗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운동을 멈췄다. 코로나는 개인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린다고들 하는데, 나의 경우 관절이었다. 허리, 무릎, 목이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속을 썩였다. PT를 시작할 때 특히 허리가 신경이 쓰였다. 작년 여름 필라테스를 하다 허리를 다쳐 3주를 고생했다. 이후 허리 운동은 늘 불안했다.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신중하게 운동했다.
PT 이후 특히 허리와 무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허리나 무릎 통증은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는데, 그 말이 맞다. 허리 주변이 단단해진 느낌이다. 어느새 불안하거나 어렵지 않다.
잠시 방심했을까? 그날은 왜 그렇게 번쩍 들어 올렸는지…. 집에 와서 쉬어봤지만, 허리를 펼 수가 없다. 눕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비명이 터졌다. 혼자 걸을 수조차 없어서 등산용 지팡이를 꺼냈다. 속상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마침 토요일이라 병원도 마땅치 않고 운전도 불가능했다.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한다. 주말에 하려고 미뤄뒀던 일이 태산인데 어쩌지? 잠시 쉬었다가 괜찮을까 싶어 천천히 움직였는데 여전히 아프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서야 일 걱정이 뒤로 밀린다. 아파보면 안다. 내 몸의 1%, 2%인 그곳이 100%의 집중을 원한다. 나 좀 온전히 봐주면 안 되겠냐며 파업을 선언한다. 감기나 몸살처럼 몸 전체가 반란을 일으킬 때도 있다. 쉬어가라는 뜻이다. 밖으로, 앞으로만 뻗어있는 시선과 에너지를 거두어 내부를 바라보라는 뜻이다. 안을 챙기라는 뜻이다.
오래전 읽었던 구절을 찾아 읽는다. “큰 병일수록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라는 메시지에 해당한다.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삶은 계속된다. 건강이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병을 생의 선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동의보감, 몸의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고미숙, 316쪽)” 갑작스러운 내 허리 통증은 어떤 선물일까? 운동 좀 했다고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일까?
에라 모르겠다. 뭐 또 어떻게 되겠지. 마음을 비웠다. 연구실 대신 집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논문 대신 브런치에 글 쓰고,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랑 <결혼, 여름>을 읽었다. 젊은 디 카프리오와 조니 뎁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 <마빈스 룸>과 <베니 앤 준>을 봤다. 충주 맛집에서 갈치조림을 시켜 먹었고, 식이요법 한다며 참고 참았던 샴페인 한 잔과 아이스크림을 즐겼다. 어쩌면 꽤 주말다운 일정이었다. 인생은 절대로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내 몸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인생이 계획한 인생보다 절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