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쿙그민 Oct 10. 2022

제13화 대치동에서 배우는 자녀소통법


"우아 진짜 신기하다! 얘랑 얘랑 같은 사람이라고??? 장난 아니네~"

"아빠~ 그만 봐... 근데 이 사진도 아까 걔야~"

"아! 진짜야? 너무 재미있는데 쫌 만 더 보자, 야~"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한 부자간의 대화였다.

수즙어 보이는 아들은 못이기는 척 휴대전화를 다시 건네며 대화를 이어갔다.

새롭기도 하면서 무척 흥미로운 모습이라 이어폰 음악 소리를 뚫고 들어온 그 대화에 은밀히 스며들게 되었다. 대화의 흐름을 보니 인별그램에 올라온 아이의 친구 사진을 함께 보고 있는 듯했다. 학교에서 소위 말해 얼짱이라 불리는 학생의 일상과 풀메(풀 메이크업)후 사진을 함께 보며 아버지께서 감탄하시는 듯 했다. 아이는 부끄러운 듯 반응했지만 그 다음 사진을 계속 이어 보여드렸고 아빠의 관심과 반응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대치동만의 특성이라 보기 어렵겠지만 학원가라는 특성상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학원 숙제를 봐주는 아버지, 두 아이를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나눠서 데려다주는 모습,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나서 카페맘이 휴식하는 것과 같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 등등 다양한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이 부자간의 대화는 당연히 눈길을 사로잡는 모습이었다. 청소년에게 sns는 어떤 의미인지, 부모님 세대는 어쩌면 상상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부모님들은 친구나 동료와 카톡을 통해 소통한다면 아이들은 DM을 사용한다. sns를 통해 주고 받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이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다양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sns를 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하지만 현실에서 sns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아이들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것과 같다. sns는 많은 부분에서 청소년기의 자아존중감을 구성하는 요인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잔 하터(Susan Harter)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은 자신이 중요하게 보는 영역에 대한 자신의 평가로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이때 청소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외모, 학업능력, 사회적 수용도 등을 들 수 있는데 sns는 그들의 외모와 사회적 수용도 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일단 sns를 통해 사진을 업로드하는 과정을 보면 실제 얼굴과는 다르게 보정이 가능하다. 즉 본인이 원하는 방향대로 자신의 얼굴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올린 사진을 통해 친구의 친구, 다시 또 그들의 친구들과도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수정한 외모를 통해서...

그들에게 sns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규제의 방향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소통을 위한 도구로 sns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건 된다 안된다 말로 백번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한번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사진을 공개하는 친구의 범위부터 시작해서 어떤 수준의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이 사적 영역을 지킬 수 있는 것인지, 상황별로 아이가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학습할 수 있도록 부모도 함께 sns를 이용해보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더불어 아이의 sns를 평가하고 지적하기 보다는 그 내용을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자세가 아이와의 소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넘어설 수 없는 태산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더구나 우리의 아이들은 성장의 속도가 둔화된 세상에서 뭘 해도 부모보다 못한 세대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특히 사회, 경제적 지위 (S.E.S)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부모들은 아이의 학업성취도를 바라볼 때에도 '공부를 그냥 하면 되는데 그걸 왜 못할까...'라고 생각하거나, '우리 때는 더했는데 요즘애들은 왜 이리 약해빠져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응을 자주 보이게 된다. 결국 부모와 함께 있을수록 자녀가 유능감을 경험하는 기회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아이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부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모습을 보인다. 부모가 모르는 휴대전화의 기능을 이미 알고 있고 편리하고 간편한 다양한 앱 사용법도 다양하게 알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무조건 '공부하는데 아무런 쓸모도 없고 공부에 방해되는 능력'이라고 평가해버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부모도 모르는 새로운 것을 아이가 부모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한다면 아이에게 유능감을 획득하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ns의 다양한 기능들, 팔로워 관리, 스토리 설정 기능 등등 따라잡기 어려운 수없이 많은 기능들이 있다. 이러한 기능에 대해 아이에게 묻고 함께 소통해 나가는 것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는 사춘기 이후 자녀들과의 관계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공유한다는 것은 결국 부모의 열린 마음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www.pexels.com

이전 12화 제12화 대치동에서 진짜 수험생으로 살아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