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그때는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나의 여름

by 여름이네











언젠가는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막상 그 일이 닥치면 왜 그렇게 놀라게 되는지



우리 여름이는 삽살개라는 종으로 중대형 견에 속하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너무 좋으면 감정 주체가 잘 안된다.

여름이는 내가 집을 비웠다가 들어가면 아주 격하게 나를 반겨주곤 한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가면 나를 기다려주는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지만 여름이는 너무너무 좋은 나머지 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잘 주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름이 아빠가 나에게 당부하기를 " 집에 들어가면 여름이 예뻐해 준다고 앉아서 쓰다듬지 마. "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정은 지난번에 여름이가 힘을 주체하지 못 해서 팔에 살짝 상처가 난 일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야기가 달랐다. 여름이 잘못이 아니라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여름이 앞발에는 이리 발톱이라는 퇴화되어있는 발톱이 있는데 어제저녁 이리 발톱이 너무 긴 것 같아 발톱을 깎아주고

다듬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그 발톱의 단면은 아주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였다. 나는 발톱을 만져보고는 내일 다듬어 줘야지 하고 그냥 넘겼는데 그게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집으로 들어오자 여느 때와 같이 여름이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펄쩍펄쩍 뛰어다녔고 나는 그런 여름이를 쓰다듬어주려고 잠시 앉게 되었는데

그때 그 이리 발톱에 얼굴이 긁혀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긁힌 줄로만 알았는데 너무 따가워서 화장실 거울로 확인해보니 여름이 발톱이 지나간 자리가 점점 벌어지더니 얼굴에

피가 배어났다 피를 봐서 그런지 점점 벌어지는 상처 때문인지 울어버리고 말았는데 그때 마침 돌아온 오빠 덕분에 응급실에 가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다.


응급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가만히 생각해보니 화장실에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따라 들어온 여름이가 엄청 미안한지 뒤에서 낑낑거리며 있었던 모습이 생각났다.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엔 내가 귀찮아서 이런 일이 생긴 건데 처음에 여름이를 원망했던 나 자신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 여름이에게 소곤소곤 이런 말을 했던 게 생각난다.




" 여름아 엄마가 그때는 너무 미안했어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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