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명사-김석용
지금까지 낚시가 싫은적은 없었다.
낚시할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게 없고 오직 낚시 생각뿐이다. 일보다 먼저 생각하는 게 낚시면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낚시에 관한 것뿐이었다.
파라솔피고 하는 낚시는 얼마되지않았지만, 대부분 낚시터엔 차양막이 쳐졌다. 겨울엔 하우스에서 낚시를 했고, 이른 봄부터 12월 초까지는 노지에서 하는 낚시다. 앞만보고 이야기는 귀로 듣는 희한한 낚시문화다. 보통 대화를 할 때 서로 얼굴을 보면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데, 낚시는 그렇게 안 해도 이해를 해줬다. 왜냐하면 항상 찌를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찌를 보다가 챔 질을 하면 나이스라고 외쳐준다. 잘 했다는 칭찬이다. 이런 좋은 취미를 어렵게 만드는 일은 낚시가야할때 일어난다. 지인들과 약속이 잡히면 이 핑계 저 핑계 다되고 심지어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특히 주말에 약속이 잡히면 다른 선약이 있다고, 그래서 못 가게 된다고 말하고는 낚시를 간다. 쉬는 날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안일 좀 도와 달라고 하면 입이 댓 발 나온다. 낚시를 가지말라고 하는 순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말이 없어지고 신경이 최고조로 날카로워진다. 건들기만 해라, 폭발 일보직전까지다.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당연하고, 말 한마디에도 평소와는 다르다. 오만 인상을 찌푸리면 그만두고 가라할때도 많았다.
젊은 나이에 시작한 낚시지만 단 한 번도 싫다고 한 적이 없는 유일한 내 평생 취미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이면 낚시터에서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평일 회사 퇴근하면서 낚시터로 가는 일이 많았다. 야간하고 낚시터로 간 기억도 있었고, 하루도 낚시 안가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며, 심지어 하는 일도 팽개치고 낚시터로 갈판 있으니까, 일단 가면 새벽 2시까지하고 집으로 간적이 내 기억으론 월요일부터 금요일 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빼먹지 않고 다니는 게 낚시다. 이젠 당연한 내 취미이자 유일한 소일 거리가 되었다. 평생을 낚시라는 취미 하나로 인연을 맺어온 친구들이 이제 하나 둘 늙어가고 있고, 직장도 은퇴할 나이가 되어간다. 물론 은퇴하고 다른 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은퇴를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다. 올해는 이상하게도 낚시 가는 게 소홀해진다. 예전처럼 항상 모이는 장소에서 모여 낚시는 게 아닌 개인적으로 아님 서로 통하는 사람들끼리 약속을 하고 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렇게 된 건 2년 전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부터 시작된 거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조심해서 다니는 편이지만, 혼자 하는 낚시는 영 아닌가 같다. 모여서 할 때가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다. 회원들이 예전처럼 활기 넘치는 모습이 그리워진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열정이 되살아날지, 지금은 모든 게 힘에 부친다. 일단 낚시를 오래하고 운전을 하게 되면 졸린다. 졸음이 쏟아지는 운전은 안해야된다. 새벽에 일어나 책 보고, 글 쓰는 일이 많다 보니, 이젠 안되겠다. 잠부터 많이 자둬야겠다. 오늘도 낚시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