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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Mar 21. 2019

누구나 독특함이 있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가끔 그 사람이 가진 독특한 습관을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내 선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대체로 공감을 못해줄 만한 것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친구는 항상 무언가가 어지러이 놓인 것을 놔두지 못한다. 그래서 그 어떤 물건이든 항상 일렬로 각을 맞추어 정리한다. 왜 저렇게 힘들게 살까 싶으면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자답한다. 또 어떤 친구는 치약을 짤 때 꼭 끝에서부터 짜는 친구가 있다. 중간에서부터 짜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샘솟는다고 한다. '그런 것쯤 중간부터 짜면 어때서'라는 생각은 들지만 분명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습관들을 볼 때 나야말로 독특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에서 볼 때이다. 주변 사람들이 볼 때 나는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다. 일단 치킨을 일주일에 두 번 시켜먹는 습관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고작 두 번이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의 기준에는 꽤 많은 치킨을 섭취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게다가 치킨을 먹는 요일은 대게 고정되어 있다. 좋아하는 치킨도 거의 정해져 있는데 그 치킨이 배달앱을 통해 할인하는 날이 내가 치킨을 먹는 요일이다.


퇴근을 마친 저녁, 치킨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뿌링클을 시키고 거실에 앉아 TV를 보면 그 순간은 일생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된다. 내가 하는 행위 중에 가장 행복한 행위를 꼽으라면 단연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행위이다. 너무나 좋아하는 순간인 만큼, 점심부터 저녁이 기다려진다. 그 설렘에 두근대는 가슴으로 그 하루의 업무를 마무리 한다. 그 날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 가서 먹을 치킨을 생각하면 절로 흐뭇해진다. 이 얘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참 독특하다고 얘기한다. 나에게는 일상의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독특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진짜 누구 말마따나 인간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면, 그 후부터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어떤 행위에서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평범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평범함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독특함이 있다. 개성이라고 하기엔 그보다 조금 얕은 수준이어서 그것으로 표현하기엔 알맞지 않다. 그 독특함을 주목하다보면 개인의 평범함은 사라지고 그 사람만 남는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사람으로 보이던 그 사람은 어느 새 온전한 '그 사람'이 된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70억의 인구가 있다면, 정말 70억의 다양한 사람이 있는 것이구나. 비슷한 사람처럼 보여도 개인을 깊숙히 알게 되면 똑같은 사람은 없구나.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볼 필요가 있고, 그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야말로 내 세계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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