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를 100-38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팽이
ㄷ햇살 좋은 어느 겨울이었나 보다. 사촌 오빠가 팽이 만든다고 나무를 잡아 주라고 한다. 내 것도 한 개 만들어 준다는 조건을 걸고 잡았다. 팽이 만들기 좋은 생소나무를 찾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낫으로 소나무를 깎기에 쉬운 나이는 아니다. 겨울이 시작되면 너도 나도 팽이 돌리기 시작한다. 얼음판 위에 팽이 돌리기는 빠질 수 없는 겨울 놀이다. 사촌 오빠는 한참만에 팽이를 깎고 톱으로 잘랐다. 팽이 평면에 크레파스로 색을 칠하고 뾰족한 부분에 못을 박으면 끝이다. 팽이 하나를 완성하고 다시 하나를 더 만들려니 힘들었는지 못 만든다고 하고 도망가 버렸다. 도망간 오빠가 팽이를 만들어주지 않은 오빠가 너무도 얄미웠다. 작은오빠의 적 큰오빠한테 투정 부렸다. 마음 약한 큰오빠는 쓱쓱 싹싹 가볍게 낫질 몇 번으로 팽이 하나를 뚝딱 만들었다. 깎고 자르고 못까지 박아준다. 모양도 긴 시간 씨름하며 만든 작은오빠 팽이보다 더 좋아 보였던 것은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만, 비행기를 타는듯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의 몫이다. 별도 그리고 원을 그려가며 색도 칠하면서 나만의 팽이를 만든다. 닥나무를 껍질을 벗기기 전에 끝을 단단히 묶어서 껍질을 벗겨서 고정해서 갈기갈기 찢으면 명품 팽이채가 된다. 오빠가 만들어준 팽이와 명품 팽이채를 들고 동네 빙판을 찾아간다. 동네 아이들도 도망간 작은오빠도 맹이 치느라 여념이 없다. 내가 온 줄도 모르고 팽이치기에 빠져 있다. 새로 만든 팽이와 팽이채는 나의 기를 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팽이를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몇 번을 시도해도 힘이 약해서 돌아가지 않는다. 보다 못한 작은오빠가 팽이를 돌려주면 나는 차기만 했다. 그래도 찬바람을 이길 만큼 재미있어 해 질 녘까지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