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100-59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붕어빵
찬바람을 맞으며 회색빛 빌딩 숲을 걷다 보면 포장마차 안에서 익어가는 붕어빵과 어묵 국물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른다. 요즘은 한참 동안 도시를 헤매도 정겨운 포장마차가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무심코 걷다가 다. '붕어빵이 어딨지?' 하고 불현듯 생각난다. 갑자기 붕어빵이 그리워진다. 두리번두리번 한참을 찾아 헤맨다. 붕어빵이 익는 냄새와 하얀 김이 꼬불꼬불 올라가는 어묵꼬치가 발길을 붙잡는 포장마차를 찾는다. 언제부터인지 군고구마도 편의점으로 들어가 있더니 붕어빵도 편의점으로 들어가 있다. 왠지 편의점에 있는 군고구마나 붕어빵은 공장에서 찍어 나왔을 것 같다. 굽는 사람의 영혼이 깃들지 않은 것 같아서 슬쩍 외면하게 된다. 구워서 주는 건 똑같을 텐데 말이다. 더 찾아보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걷는다. 상점 안에 들어가 있는 붕어빵이 눈에 들어온다.
붕어빵이 있음을 알리는 묵직한 간판도 없다. 붕어빵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천이 간판을 대신하고 있다. 붕어빵'이라는 POP 문자가 붙여진 상점문을 열고 들어간다. 말끔한 실내장식까지 갖추어져 있다. 최신 시설이 낯설다. 아저씨가 붕어빵을 굽고 계신다. 두툼한 잠바와 빵모자가 인상적인 붕어빵 굽는 아저씨 모습이 아니다. 외투도 입지 않은 훨씬 가벼운 복장으로 붕어빵을 굽고 계시는 아저씨. 붕어빵 종류가 다양하다. 팥앙금도 있고, 슈크림도 있고, 초코 슈크림도 있다. 입맛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팥앙금 붕어빵 3개를 2천과 맞바꾸었다. 상점 안에 있는 테이블 위에 붕어빵을 올려놓고 먹으려니 뭔가 어색하다. 왠지 나의 추억을 앗아간 듯한 느낌이다. 길에서 바람을 등지고 우두커니 서서 '호호' 불며 먹고 덤으로, 어묵 국물 한 잔을 먹어 줘야 제맛인데‥.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얼었던 몸과 영혼을 데워주며 먹던 간식이었다. 그래도 붕어빵을 맛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요즘 붕어빵은 가격이 높아진 만큼 통통해졌다. 기계가 좋아졌는지 기술이 높아졌는지 붕어빵이 뽀얗다. 말끔한 도시 청년 같다. 그렇다면 포장마차에서 구워진 붕어빵은 시골에서 농사짓다가 상경한 청년 같다. 시골에서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살짝 야윈 붕어빵과 비교된다. 시대도 변했으니 붕어빵도 시대의 흐름에 동참했나 보다. 여전히 바삭함과 촉촉함이 어우러진 맛은 변함이 없다. 요즘 언어를 빌어오면 '겉바 속촉"의 끝판왕이다.
구릿빛이 아닌 말쑥해진 붕어빵을 쥐고 어디서부터 먹을지 고민에 빠진다. 갓 구워서 뜨거운 붕어빵은 덜 뜨거운 꼬리를 잡으면 편하다, 첫 붕어는 꼬리를 잡고 머리부터 먹어본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안 가득 메운다. 살짝 식은듯한 두 번째 붕어는 머리를 잡고 바삭한 꼬리부터 먹어본다. 바사사삭 무너지며 전해지는 고소한 바삭함이 일품이다. 바삭함이 귀가 아닌 입이 먼저 느낀다. 그 느낌이 좋아서 가슴지느러미도 공격한다. 붕어빵은 가슴 부위에 앙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앙금은 처음부터 먹으려면 너무 뜨겁다. 입안이 그 뜨거움을 감당할 수 없다. 적당히 식을 때를 기다렸던 세 번째 붕어는, 양손으로 머리와 꼬리를 잡고 가슴 부위를 '앙' 문다. 문득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을 구워서 먹는 모습이 떠올라서 웃음이 비집고 나온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고 '겉바속촉'의 진미를 보유한 붕어빵이 아닌 듯 붕어빵 찐 매력에 흠뻑 젖어본다. 참‥ 오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