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고민이었다.
이 물건은 1억 7천만 원에서 유찰되어 이제 1억 1천 9백만 원으로 낮아졌다.
여기서 한 번 더 유찰을 기다릴까,
아니면 지금 이 가격에 낙찰을 받는 게 나을까?
포항이라는 지역 특성상 이 이하로 내려가면 낙찰 기회가 어렵다고 했다.
낮아질수록 오히려 입찰 경쟁이 더 치열해져 결국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 빌라 단지의 마지막 거래는 2016년에 1억 5천 5백만 원에 이루어졌다.
정보를 더 찾아보고자 포항의 매물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제공하는
디디하우스를 열어 시세를 조회했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거래가 적기 때문에 정확한 시세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시세를 잡는 기준으로 위치 / 년식 / 평수를 기준을 잡고
경매 물건과 가장 근접한 물건을 추려 시세를 잡았다.
비슷한 조건의 빌라가 매매 1억 5천에서 1억 7천,
전세는 1억 3천 정도로 나와 있었다.
지도상으로 보는 봐와 같이 물건 지 인근 공원/학교/터미널 등 편의 시설이 밀접해 있어
주거 환경으로는 매우 좋아 보였다.
확신이 서지 않아 매물을 올려둔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대도 타운 힐스 쪽 빌라 매매가는 어느 정도 되나요?"
부동산 사장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비슷한 물건들이 1억 5천에 나와 있는데 나가질 않아요."
"그럼… 가격을 좀 낮추면요?"
"에이, 부동산 가격을 낮춘다고 팔리나요?"
지진 여파로 아파트 거래도 안 되고, 빌라는 더욱더 손님이 없다고 했다.
“하… 이걸 낙찰을 받아야 하나…”
심란한 마음으로 다시 매물을 살폈다.
지도상 위치로는 아파트 못지않게 환경이 좋아 보였다.
평지에, 가까운 곳에 유치원과 공원이 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인접해 있었다.
직접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새벽, 일찍 부산에서 출발했다.
경주IC에 도착했을 때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이곳… 아내와 함께 데이트하러 왔던 곳인데.
” 그땐 경주가 낭만의 도시였는데, 오늘은 비장함이 가득한 느낌이다.
남은 커피를 단숨에 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이 열릴 것인가, 아니면 닫힌 문 너머에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을 것인가.
곧이어 안쪽에서 “잠시만요”라는 목소리가 들렸고,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60대의 중년 여성이었다.
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고 집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집 상태는 훌륭했다.
고급 자재로 마감된 내부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 훨씬 좋았다.
수리할 부분은 없어 보였고,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게 유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베란다에 들어선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에 숨이 멎었다.
베란다 벽 차일이 금이 가고 일부는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흠잡을 데 없던 집은 그 순간 모든 판단을 뒤흔드는 결정적 결함을 드러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과연 이 물건을 그대로 낙찰받아도 될지, 아니면 미련 없이 돌아서야 할지.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