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진정한 나를 찾은 이야기
직장인은 모름지기 제때제때 진급을 잘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 한 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진급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진급에 연이어 누락되어 후배들이 자신보다 높은 직급이 되면, 누락된 자신도 불편하지만 선배를 대하는 후배도 불편해진다.
진급 발표는 보통 연휴를 끼고 있는 금요일에 발표된다.
예를 들면 5월 3일이 금요일 , 5월 5일이 일요일이면 다음날 5월 6일이 대체 휴무일 이런 식이다.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지만 직장인들은 이유에 대해서 매우 잘 안다.
진급을 한 사람은 새로운 직급에 맞게 마음에 준비를 하고 떨어진 사람은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는 것이다.
진급 시즌이 되면 회사에서 진 풍경이 펼쳐진다.
보자기에 고이 보관하는 금덩어리 마냥 감싸고 있다가 진급 발표 한 달 전이 되면 부서별로 성과가 펑펑 터진다. 내가 속한 영업부의 경우 잠잠했던 신규 매장 오픈 보고서들이 올라온다.
직장인들이 뛰어나봤자 얼마나 뛰어나겠는가 도토리 키재기 마냥 조금만 더 잘나면 진급할 수 있으니 진급 직전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는 건 어쩜 당연한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재미난 현상이 하나 더 있다. 회식 참여 인원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진다.
요즘 회사 분위기는 회식이 있어도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빠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유독 진급 시즌의 회식은 임영웅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한다. 부장님, 이사님이 참석하는 회식에는 눈도장을 찍기 위해 진급 후보자들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평소라면 1차가 끝나면 바다의 썰물처럼 집에 다 가고 소수 정예로 2차로 갔던 거에 반해 3차 노래방 룸이 가득 찼다. 3살 딸이 있어 1년 동안 회식 참석을 한 번도 안 했던 김대리도 과장 진급을 앞두고 새벽 3시 부장님 노래에 맞춰 손바닥이 벌게지도록 탬버린을 치고 있다.
평소 회식 다은 날이면 " 아 부장 술 엄청 먹이던데 아 제발 회식 문화 좀 바껴라"
상사 뒷 담화에 이야기 꽃을 피우지만
진급 시즌의 회식 다음날은 연예인 팬 사인회를 방불케 한다.
출근 전 이미 부장님의 책상에는 숙취 해소제들이 올라와있고 회식을 끝까지 지킨 직원들이 찾아와 안부를 묻는다.
“부장님 어제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속은 괜찮으신지요?” “ 점심때 괜찮은 복어집 있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회식을 하자 하자고 카톡을 올리면 홍해의 기적처럼 소리 소문 없이 다 퇴근했던 직원들 사이 진급 시즌기간 만큼은 부장님의 인기는 임영웅,BTS 부럽지 않다.
진급 발표 하루 전이 되면 진급자들이 최종 확정되어 보통 팀장들에게 까지 대상자가 공유된다. 이때 팀장들은 참 난감해진다. 이걸 미리 말해줘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줘야 하나 인사 명령서가 뜰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하나 갈팡질팡한다. 진급 발표 당일 날 대상자 중 일부는 연차를 내고 자리에 없다. 오래 다닌 직장인들은 감으로 안다. “ 예원이 이번에 떨어졌구나,…” 그리고 평소 웃음기 없던 김대리는 입이 귀에 걸려있다. “ 아 소희 붙었구나 “ 인사 명령서가 뜨기 전 당락은 분위기로 이미 파악이 된다.
나의 경우 팀장이 귀띔을 안 해줘 5시까지 인사 명령서가 뜨길 기다렸다.
(나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인사 명령서가 떴다
검색창에 내 이름을 검색하고 싶었지만 이름이 나오질 않을까 무서웠다. 끝에서 끝까지 찾고 찾았는데 이름이 나오질 않았다. “ 이럴 리가 없어,…” 10번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봤는데 내 이름이 없었다 “ 아냐 인사팀에서 내 이름을 빠트린 거야”라고 찾고 찾았는데 카톡이 하나씩 도착한다.
“ 힘내라 “ , “ 다음에 붙으면 되지 “ 이거 뭐야 하는 순간 실감이 났다. 같이 입사했던 동기들 같이 주임이 되고 대리도 달았는데 나만 빼고 다들 과장이 되었다. 속이 무척 뒤틀렸다.
마음은 아팠지만 “ 서울로 가는 거 새마을호가 아니라도 무궁화호로도 갈 수 있다” 비록 늦더라도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해 진급을 위해 가산점을 주는 토익 스피킹, HSK를 획득하고 주어 진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하기로 했다. 얼마나 간절했냐면 가족들과 오키나와 여행을 갔을 때 스탠드를 켜고 새벽 3시에 일어나 토익과 HSK 공부를 할 정도였다. 노력한 결과 외국어 가산점을 최대치를 확보했다.
1년은 화살 같이 지나갔고 다시 진급 시즌을 맞이했다. 사업부에 과장 진급 TO는 10명 그리고 내가 속한 동부영업팀에는 TO는 1명이다.
우리 팀에 TO는 1명 대상자는 2명 , 나와 1년 후배 동일이 큰 결격 사유가 없다면 연차가 높은 사람을 먼저 진급을 시켜주는 게 회사의 관례였다. 진급 가산점을 다 받아놓은 터였고 성과도 맞추었기 때문에 승진을 의심치 않았다. 진급 발표 전 날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던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진급을 빌었다. 모든 직장인에게 진급이 중요하지만 유독 난 그 정도가 심했던 거 같다. 파리 올림픽 신유빈 선수가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던 것만큼 매번 최선을 다하는 나를 보지 못하고 오직 진급이라는 매달만 지나치게 추구했다.
두 번째 과장 심사 발표 날 인사도 잘하지 않던 진급 경쟁자인 동일이가 “ 대리님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밝게 인사를 했다. “이거 뭐지 , 이 친구 기분이 이렇게 좋은 거 처음 보는데 ,…"
그에 비해 다른 선배들은 나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특히 팀장이 내 눈을 피하는 거 같았다.
느낌이 매우 좋지 않았다. 평소와 매우 다른 분위기가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 당시 당사자인 나를 제외하고 진급 결과를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와 다르게 팀장의 전화가 온다 “ 잠깐 밖에 나올래? “
“설마,.. 설마 내가 떨어졌나,…”
사무실 밖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고 벚꽃이 아름답게 피웠다.
벤치에 앉자 팀장은 나의 승진 탈락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차마 동일이가 되었냐는 말을 하지 못 한채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곧장 사무실에 짐을 싸고 나왔다. 첫 번째 누락 때는 위로의 문자도 많이 왔지만 두 번 째는 아무도 연락이 없었다. 친한 동기가 연락이 와서 나 대신 동일이가 되었다는 확인 사살을 해주었다.
두 번째 승진 누락 후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유튜브로 퇴사 고민으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들었다. 유투버 “케이 수환” 님은 퇴사 후 1년 동안 실 컷 캠핑도 다니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도 1년을 놀면 케이 수환처럼 영상 제작과 좋아하는 캠핑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지만 케이 수환은 회사를 다닐 때도 캠핑과 영상 제작을 조금씩 해왔었고 퇴사 후 본격적으로 해서 전문화를 이룬 케이스란 걸 알게 되었다.
무작정 퇴사를 하기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왜 치킨 집 폐업률이 높으면서 왜 계속 창업을 하는지 깨달았다.
나 역시 치킨 집 프랜차이즈 상담을 몇 번 받았는데 조그마한 가게 하나 차리는 데 2억 원 가까이 들었다.
(보증금/인테리어 비 다 포함)
진급 누락도 힘들었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더욱 무능한 나 자신을 마주한 건 더욱 고통스러웠다.
두 번째 진급 발표 당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1시 태종대 바다에서 소주 두병을
마시는 35세인 나에게 선물 해주고 싶은 책을 쓰고싶었다.
그리고 태종대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비우며 이말을 해주고 싶다
"회사가 전부가 아니야 세상은 넓고 네 안에는 가능성은 더욱 넓어 "
35세의 나처럼 자신의 진로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나의 실패 경험담이 삶의 나침반이 되길 바라며 나의 경험담을 공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