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쓰는 나를 마주하다.

쓰는 행위를 통해 느끼는 성취와 행복감

by 김민준

1주에 글 1개를 연재하겠노라고 스스로 정해서 독자와 약속까지 한 상태에서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매주마다 생각이 많다. '나'를 쓰겠다는 제목을 걸고 쓰면 뭘 쓰더라도 쓸 거리는 많고 글이 수월할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뭘 써야 할지 매일 고민하고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 중에 써보고 싶다는 생각들, 이렇게 쓰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잡아내느라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들이다.


난 왜 굳이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독자와 약속을 해가면서까지 스스로를 스트레스받게 하는 걸까? 글을 쓴다는 행위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학생 시절에 이문열 선생님의 『삼국지』를 읽는 것이 그렇게 재밌었다. 삼국지뿐만이 아니었다. 조정래 선생님의 대하소설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도 재미있게 읽었었다.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대하소설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 같이 최소 10권으로 구성된 대하소설들이었다. 심지어 『아리랑』은 12권이다. 이 책들을 어떻게 그렇게 읽었나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군에 입대하고서도 이 책들을 읽고 싶어서 가지고 들어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들은 한 번도 제대로 완독 하기 어려울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어떻게 읽기 시작했는지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간에 얽히고설키는 사건들과 각 인물들의 심리 및 서사가 나를 압도했었다. 선택의 순간에 도래했을 때 인물들의 심리와 서사에 맞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오는 이후 상황의 전개들은 웅장했고 긴박했고 흥미진진했다. 이 책들이 내게 주는 몰입감은 상당했다. 그리고 그때 당시의 미성숙한 나의 내면에 무언가의 울림을 주었다.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


내가 느낀 몰입감을 다른 이들에게도 선사하고 싶다는 그 열망은 뜨거웠고 진심이었다. 독자와 연결되는 체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지만 이걸 실현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고서야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쓴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대학생 시절, 나름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에 필사라는 것도 해보고 국문과 교양수업도 들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소설작가나 시인을 생각했었기에 시를 쓰는 것이 과제인 교양수업을 듣기도 했었고 교수님께 칭찬도 받으며 부상으로 시집을 받는 등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가에 등단하지는 못했다. 앞서 연재한 글들에서도 부연되었던 특유의 우유부단함과 자기 확신이 부족했던 탓에 제대로 된 성과로 이어질만한 시도를 해보지 못했던 탓이다.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했었지만 마찬가지로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다. 마음만 앞섰을 뿐이었다. 브런치는 어떤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한 자기 확신도 부족한 이에게 기회를 주는 그런 쉬운 곳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짧았지만 창작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좋아하는 교과목은 과학, 그중에서도 생물이었고 대학교 전공도 환경공학이었다. 배우는 것들이라고는 논리와 인과관계가 점철된 사실들 뿐이었고 무언가를 계산해 내기 위한 수식과 공식들 뿐이었다. 이런 것들을 배우는 학생생활을 해오는 가운데 창작이라니. 그것도 문예라니.


그렇게 난 문학작가라는 직업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그냥 내 나름의 현생을 살아가다가 어떤 특정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나가서 통찰력과 지혜가 생긴다면 그것들을 집약해서 책을 써보자 정도로 나의 방향성을 정리했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어찌어찌하여 수학을 가르치며 10여 년을 살아왔다. 아직 업력을 쌓았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세월인데, 놀랍게도 난 지금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고 있다.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고 '나'를 글로 옮길 생각을 하게 되어 생각하지도 못했던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나에게 있어 머나먼 미래에나 있을법한 일이라고 여겨왔는데 매주 글을 연재해 보겠노라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니 인생 모를 일이구나 싶다.


무엇을 써야 할지 매초 매분 매시간 고민하며 끙끙대고 한 문장을 쓰기까지 수십여 번을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나는 제일 행복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을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것은 없고 이룬 것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라니! 이런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과정과 시간 자체가 나에게 부상처럼 주어진 느낌이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스스로를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여기는 이런 사람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던 이 브런치북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과거의 에피소드들을 회상하며 글로 옮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금의 '나'가 존재하기까지 어떠한 과정들을 거쳤는지에 대해 회상해 보고 쓸 만한 것들이 있다면 써보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을 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그리고 그렇게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기 까지지의 과정을 조명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지 않을까. 아직 길이 없고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미생이지만, 부족한 것이 너무 많고 자기 확신도 부족하지만 이런 '나'여도 스스로를 응원하며 살아가고 있기에, 당신도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을 글로서 계속해서 보여주며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난 앞으로도 무엇이든 쓸 것이다. 무엇을 쓰던지 독자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울림을 주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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