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하면서도 위대한 순간
나에게는 나만 보면 좋다고 웃는 딸이 있다. 이제 두 돌을 바라보고 있다.
나의 우주에는 질문이 가득하다. 사방팔방이 물음표다. 그 물음표들 중에 그날그날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를 붙잡고 생각에 잠기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지금 나의 선택은 정당한가?' 같은 질문들.
나는 항상 이유에 집착했다. 왜 그러는지를 알아야 직성이 풀렸다. 이러한 나의 성향이 도움이 되는 상황들도 분명 있었겠지만 나 자신에게는 그저 괴롭게만 하는 요소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 우주는 나에게 늘 벅찼다. 나는 끊임없이 묻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 애썼다. '왜 해야 하지?', '정말 이게 맞는 걸까?' 하는 물음들이 일상이었고, 그 질문들이 만들어낸 경로는 남들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그냥 남들처럼 정해진 길을 따라갔다면 더 평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단순함을 선택하지 못했다. 이유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싫어하고 피했으며, 그것이 곧 삶 전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늘 복잡했고, 선택 하나에도 머뭇거렸으며, 확신 없이 내딛는 걸음들이 이어질 뿐이었다. 나는 정해진 직업이나 역할에 나를 억지로 맞추지 못해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었고, 그때마다 선택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끝맺지 못했다는 자책은 질문보다 더 깊게 나를 괴롭혔다.
그 와중에 나의 본성이라는 물음표의 갈고리는 나 자신의 존재로 향했다. 뫼비우스의 띠 마냥, 시작과 끝이 구분되지 않는 의문이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러는가', '나는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가' 같은 질문들은 끊임없이 제자리로 되돌아왔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 질문은 언제나 나를 다시 나에게 데려다놓았다. 그 무한 회귀의 감정 속에서 나는 나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자주 멈춰섰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준비된 것도 아니고, 어른이 된 것도 아니었는데, 세상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누군가의 전부로 불러냈다.
아이가 웃는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나를 본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뭔가 잘해서 웃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있기 때문에 웃는다. 그 웃음은 나를 향해 열려 있는 어떤 새로운 우주의 입구 같았다. 내가 아무리 무너지고 흔들려도, 아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는 듯했다.
이해는 안 되지만, 그건 분명히 사랑이었다. 이유가 없는 사랑, 전제가 필요 없는 애정. 나는 그 감정을 받으며, 지금껏 내가 받아본 적 없는 위로를 느꼈다.
그 웃음을 볼 때마다 숨이 멎는다. 내 안의 혼란이 잠시 멈추고, 나라는 사람이 잠깐 멈춰 선다. ‘내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아이는 나를 보며 웃는데, 나는 그 웃음을 감당하지 못한다. 마치 내가 자격이 없다는 듯, 내가 너무 초라하다는 듯, 그 한순간이 기쁘면서도 버겁다. 감당하지 못한 기쁨은 때때로 두려움으로 바뀐다. 내가 이 감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은, 그 감정을 잃을까 봐 더 움츠러들게 만든다.
이 아이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어떤 열등감과 후회 속에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내 우주 하나도 감당하지 못해 자주 흔들렸고,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이 살아왔다는 자책감 속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과거는, 이 아이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고맙게도, 이 아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세상 누구보다도 순도 높은 시선으로. 그 시선은 나를 재단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는다.
그런 시선은 내 안의 우주발 혼란스러움을 강제로 꺼버리고 하루의 끝을 사랑으로 마무리하게 한다. 마치 내 안에서 소란스럽게 요동치던 질문들이 아이의 눈빛 앞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는 느낌이다. 잠깐의 평화, 아주 짧은 틈이지만, 그 틈 사이로 내가 무너짐 없이 '사람'으로 다시 숨을 쉬게 된다. 역할이나 책임이 아닌, 그저 존재로서의 나, 고요히 살아 있는 한 사람으로.
이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한 사람의 존재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을까. 그것은 말도, 이성도, 논리도 아닌 사랑 하나였다. 그 사랑은 대단한 깨달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할 줄 모르고, 나의 과거도 미래도 모르는 존재가 그저 나를 바라보며 지어 보이는 미소, 응시하는 눈빛, 나를 향해 뻗어오는 작은 손짓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이 작디작은 존재 하나가, 내 삶 전체의 무게 중심을 매일같이 밀고 있다. 그렇게 나는 그 미소와 눈빛과 손짓 하나에 의해, 스스로도 모르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나는 아직 내 삶과 내 우주가 버겁다. 하지만 그 웃음 덕분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혼란에도 기쁜 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최소한, 내 삶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는 눈이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이 버거운 우주 속에서 나는 하루를 더 살아낼 이유를 얻는다.
딸은 웃고, 나는 그 웃음을 보고 또 하루를 산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질문들 속에서 길을 잃을지라도, 그 웃음 하나만큼은 분명히 내게 속한 진실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