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야기를 월요일에 씁니다

by 안녕 테비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이것저것 쓸 주제가 있을 줄 알았다. 브런치스토리의 결과물은 브런치북인 것 같은 이 플랫폼에서 나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마치 한 달에 한 번 있는 글쓰기 모임 소재를 주기적으로 떠올리듯.


가을, 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과정 수업을 들었다. 책을 내기 위해 꾸준히 작업할 것을 비롯해, 출판사에 기고를 하거나, 공모전에 내기 위해 제안서 연습도 해봤다. 제안서 연습을 갑작스레 쓸 때다. 책제목을 적고 작가소개를 쓰고 책 개요를 덧붙이는 표가 내 앞에 있었다. 작가소개는 크게 두 가지로 학력과 같은 이력이거나, 나를 표현하는 단어들로 이루진 형태로 나뉘었다. 나를 지방에 사는 여성 노동자로 소개했다. 어떤 책을 읽었던지, 문화생활 하기 어려움을 느꼈던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에 대해 울분을 토했던 계절이었으니까.

책 개요를 먼저 써야 책제목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칸을 바라보며 볼펜을 굴리기 시작했다. 무슨 내용을 써야지 출판사나 공모사업에서 뽑힐 수 있을까. 눈에 띄는 소재나 제목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 우리 집 청소년이 지어준 내 그림의 제목이 생각났다. '꽃의 자서전'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과정은 제목 짓기다. 이럴 때마다 청소년에게 물어본다. 청소년이 지어준 '꽃의 자서전'이 생각나 그 방향으로 글의 개요까지 마무리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나와 거리가 먼 얘기지만, 제안서를 써놓고 보니 책 출간 하는 상상을 해본다. '꽃의 자서전'은 취미로 그리는 민화 작품에 붙인 제목이다. 워낙 제목 짓기를 어려워하니 '꽃의 자서전' 시리즈로 번호를 붙여나갔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화병에 놓인 꽃과 책을 놓아둔 그림이라 꽃, 자서전(책) 단어가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도안이 아니라, 사진을 일일이 찾고 사진 속 꽃을 민화도안으로 바꾸는 작업부터 색깔 조합까지, 선생님과 일일이 의논하면서 다듬어 나가는 작품이다. 이 과정을 쓰고 싶었다. 선생님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그림 그려도 되나요?부터 시작해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의 서간집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착안해 처음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도전할 때, 민화 소재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브런치북으로 만들었을 때, 기승전결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매 회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만족하지 못하는 내 투정으로 이루어진 글이 될 게 뻔해 보였다. 그때부터 내내 고민했다. 직장 이야기를 적어볼까. 지금 있는 직장이 큰 사건도 없고, 사람 만나는 직종이 아니다 보니 10회까지 쓸 글이 없음을 3개쯤 적고 보니 알 것 같았다.


월요일 출근 준비로 머리를 감다가, 그냥 일주일 중 기억에 남는 것 써보지 뭐. 기껏 만들어 놓은 브런치스토리 아깝잖아. 언제까지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거야. 이런 거 저런 거 적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그렇게 지난 일주일 중 하나라도 글로 남기는 연습을 해 보려고 오늘 연재 북을 만들었다. 뭐라도 쓰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