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권을 읽었고 166권을 들였습니다.
책과 함께 한 한 해를 여느 때와 같이 보냈다. 책을 읽고 후기를 올리고 지내는 해에 글쓰기까지 더해진 해였다. 블로그에 일일 일포스팅을 목표로 글을 썼고,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읽던 사람들은 결국 쓰게 되어 있다고 하던데, 나도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매해 연말에 나만의 의식이 있다. 책탑을 쌓는다. 어플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만, 집에 있는 책을 모아놓고 보면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상기시켜 보기도 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책들을 모아 본다. 22년과 달리 23년은 사회, 과학 분야 책이 적다. 22년에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책과 더불어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 <리아의 나라>까지 벽돌책이나 비소설도 꽤 많이 읽었다. 23년은 소설과 함께 문학에 집중된 한 해였다.
23년 책을 정리해 본다.
<레이디 맥도날드>, <나의 남자>를 1월에 읽었다. <레이디 맥도날드>는 SBS 시사교양 Y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이야기를 소재로 썼다. 사실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이라 읽고 나서도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웬만한 소설을 다 좋아하는 편이다. 로맨스부터 추리, SF까지. 무엇보다 사회문제를 비틀어 쓴 소설에도 강한 매력을 느낀다. 이런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하면 할 얘기가 많아서 더 매력적이다. 소설, 드라마에 빠져 살면 사회가 흘러가는 모습에 무감각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더 깊게 생각하고 비틀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레이디 맥도날드>와 반대로 <나의 남자>는 사회에 시선을 돌리는 대신 내 내면에 시선을 돌리게 해 준다. 일상에 찌들어 살다 보면 내 감정은 살아있는지 헷갈리는데 잠자고 있는 감정을 깨워준다고 할까. 나는 쓸쓸한 소설을 좋아한다. 외롭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쓸쓸하다, 고독하다에 가까운 감정이다. 일상도 그렇고 감정도 그렇고 매일이 맑음 일 수 없다. 매일이 흐릴 수도 없고.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삶이 균형 있게 유지되지 않을까. 정신 건강이든 육체 건강이든.
얇지만 울림이 큰 책들이 위의 두 책이라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쓴 역사소설 <제주도우다> 책도 읽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책도 변하듯 경장편이나 소설집이 많은 요즘 드물게 대하소설이 나왔다. 제주 4.3의 전반적인 내용이 있는 책으로 3권에 구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 미군정시대, 제주 4.3까지. 분노와 한숨으로 시작했다가 눈물로 마무리했던 책이다. 마지막 3편은 울면서 읽은 기억밖에 없다. 울다가 지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눈물이 줄줄 나왔다. 마을 전체가 제삿날이 같다니.(제주도민 1/5이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과 더불어 연결 지을 수 있는 책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이다. <제주도우다>에서 동네 지명을 당시 지명 그대로 썼고, 현재도 있기도 한 지명이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서도 같은 지명을 만날 수 있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서도 제주 4.3을 얘기하고 있기에 한번 더 복기할 수 있었다. 책들이 모두 다른 내용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읽다 보면 연결되는 책들이 있다. 그렇게 독서력이 쌓여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제주라는 공통점으로 엮인다면 <고래>는 장편소설, 시대소설로 엮인다. <고래>는 100퍼센트 허구 이야기다. 시대적 배경이 경제 발전을 위해 한참 으쌰으쌰 하며 일하던 때다. <고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동시 상영 영화관 정도로 손수 그림을 그린 간판 영화 한 장면 같다. 몸빼 바지며 흑먼지 풀풀 날리는 한 시절을 풍미했던 여인들의 이야기. 이소룡 못지않은 주인공 캐릭터가 떠오른다.
<고래>는 스테디셀러이자 시간이 흐르면 고전으로 남을 책이다. 고전이라고 하니 올해 읽은 고전으로 <올랜도>가 있다. 작년 <나의 비타, 나의 버지니아>를 읽으며 버지니아 울프 책 읽는 모임이 생겼고 시작으로 <올랜도>를 읽었다.(이후 모임은 없지만) <올랜도>와 함께 외국 여성 작가이자 2022년 노벨문학상 작가 ‘아니 에르노’의 <젊은 남자>까지 읽어 나갔다.
23년은 유달리 여성 작가 책도 많이 읽었다. 대표적으로 김혜나 작가 <깊은숨>, <주종은 가리지 않습니다만>을 읽었고, 독립출판사 ‘자상한시간’에서 책을 펴낸 봉부아 작가 <다정함은 덤이에요>, <그걸 왜 이제 얘기해>가 있다. 보노보노 책으로 알려진 김신회 작가 작품(나의 누수 일지)도 처음 읽었다.
반면 국외 여성 작가로는 브라질 소설가 마르타 바탈랴, 우크라이나 출신 프랑스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까지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해였다. 마르타 바탈랴의 <보이지 않는 삶>도 <고래>처럼 시대적 분위기가 묻어나며 여자 주인공들의 고군분투가 유쾌했고, 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을 시작으로 <무도회>까지 읽었으며 <돌체>, <개와 늑대>까지 읽을 계획에 있다.
23년의 소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SF소설도 함께 했다. 배명훈 작가 <화성과 나>를 읽으며 사회과학자가 쓴 SF 소설에서 화성에 이주하고 난 다음 형성되는 문명이나 사회를 예상해 볼 수 있었다. 관동대지진사건을 다루며 제노사이드를 알려준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육아에 지친 어느 시점에서 쓴 <오늘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를 통해 달, 화성뿐만 아니라 타임슬립, 독박육아 현실도 충분히 SF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짐작했다.
소설을 따라 23년이 흘렀고, 24년은 또 어떤 책들을 따라가며 지나갈지 기대해 본다. 읽는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