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 모임 일단락

24년 2월 셋째 주

by 안녕 테비


중3 청소년을 키우는 엄마들의 단톡방이 있다. 이 모임에서 나는 일찌감치 책 읽는 엄마로 알려져 있다. 한우리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엄마들이 알고 있다. 독서지도사 자격증은 퇴사한 이후 직업으로 활용이 가능하겠다는 바람도 있었고 겸업이 된다면 활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보다 내가 독서지도사 자격증이 있으면 아이들을 위한 독서모임을 꾸려보고 싶은 작은 바람이 가장 컸다. 나의 바람과 열정(?), 욕망(?)을 알고 있는 엄마들이기에 청소년 모임을 추진했다. 우리 중에 추진력 좋은 엄마가 따로 연락 왔고 나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청소년 책도 좋아하고 일반 순문학도 좋아하니까.


청소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라 시험이 없었다. 지금 아니면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모임원은 10명 정도였다. 학기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책을 읽고 만나기로 했다. 10명 모두 책을 다 읽어오는 날도 없지만, 출석률이 100퍼센트인 경우도 별로 없었다. 모임이고 회비도 없다 보니 개인적 사정에 따라 유동성이 컸다. 방학 때는 2주에 한 번 만나기로 하고 책을 선정했다. 책 모임의 불변의 규칙(?)은 책을 다 읽고 와야 한다. 다 읽지 않더라도 참석에 의미가 있다. 뭐라도 듣다 보면 책에 흥미가 생길 수 있고 듣더라도 말을 하는 경험은 책을 읽고 나오지 않는 것보다 더 큰 경험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 당시 모임은 출석률이 너무 저조했다. 중학교 입학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어 청소년들이 입도 닫았다. 나 혼자 말하다가 오는 기분이다.


청소년 문학 책 위주로 선정했다. 청소년들에게 의견을 구했지만, 별 의견이 없어서 <체리새우>를 비롯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등을 읽었다. ‘이꽃님 작가’ 책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고 한 친구는 인생 책을 만났다는 고마운 말을 하기도 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청소년들이 즐겁게 참여한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중2 여름방학까지만 만나고 모임은 없어졌다.


많은 책을 읽지 않더라도 꾸준히 읽은 경험이 좋았던지 엄마들 욕심인지(나를 비롯해) 중3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 단톡방에 추진력 좋은 엄마의 문자가 왔다.

“애들 시험 끝나면 다시 모임 하면 안 될까요?”

왜 안 될까. 나야 좋지. 나는 모임을 할 수 있으면 뭐든 좋다. 그러나 처음과 같은 경험이라면 모임에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엄마들끼리 의논했다. 회비를 받거나 결석하면 벌금을 받자 등 의견이 나왔다. 결론은 회비를 받고 완독이나 출석률이 좋은 친구들에게 편의점 상품권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2주에 한 번 만나기로 했고, 회비는 5천 원으로 소소하다. 일이 생겨서 참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최대한 참여하자고 엄마들이 입을 모았다.


모임이 다시 시작되었다. 12월부터 2월까지 세 달 동안 모임을 진행했고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읽은 책은,

<최소한의 한국사, 최태성>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곽재식>

<어쩌다 학교가 집이 되었다. 김윤>

<구의 증명, 최진영>

<미스터리 철학 클럽, 로버트 그랜트>

5권이다. 문학 책은 2주 만에 소화가 가능하지만 비문학 책은 한 달에 걸쳐 읽기도 했다. 세 달 동안 5권이라고 하면 적어 보이지만 1년이라고 하면 20권이다. 청소년들의 시험 기간만 잘 조정한다면 25권까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어려운 권 수다. 학원이며 시험이며 얼마나 바쁜데. 내심 이 모임이 여기서 끝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제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덧붙여 말을 꺼냈다. <사자왕 형제의 모임>을 보여주며 지금처럼 2주에 한 번 만나지 않고 오픈 채팅방에 인증을 남기며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 하자고 건의했다. 첫 번째 책으로 <사자왕 형제의 모임>을 제안했고, 비문학과 고전도 읽어보자고 했다. 청소년 중 한 명이 에세이도 읽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청소년 문학에 에세이가 드물기 때문에 이들의 시선에 맞춘 책을 찾게 되면 꼭 함께 읽고 싶다.


우리 모임이 일단락 되는 날이라 소소한 선물도 나누고 소감도 나누었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편의점 상품권을 줘야 한다. 이러면서 어제 제안한 이야기를 한번 더 언급하려고 한다. 우리 집 청소년은 자의 반, 타의 반이 아닌 백 퍼센트 타의였다고 말했고 완독률도 가장 적었기에 큰 기대는 안 한다. 엄마들 마음 말고 청소년들 스스로 결정하라고 일러뒀기에 한 명도 참여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제발 모임이 꾸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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