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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Apr 05. 2024

�️ 스틸 라이프(靜物畵)005. 돌 답장


코너스툴님께 받은 돌 편지에 대한 짧은 답장입니다. 편지는 유로 서비스기 때문에 전문을 인용할 수 없는 점 이해 바랍니다.


코너스툴 님의 이번 주 글의 시작은 어느 모임에서 돌을 키운다는 모임원 이야기로 시작했다. 도입부를 보자마자 '김영철 파워 FM 수요일 코너 직장인 탐구생활'이 생각나서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코너스툴님


대구는 벚꽃이 활짝 피었답니다. 이번 주 몇 차례 비 소식이 있어요. 비가 와서 꽃잎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만개의 절정은 이번 주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코너스툴님은 잘 지내시나요? 이번주는 또 어떤 사물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돌이라니요. 일종의 텔레파시랄까.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노트커버, 달력, 연필깎이 같은 책상 위 사물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기에 이번 주도 비슷한 사물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제 책상을 둘러보니 더 이상 특별한 사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남은 거라면 지우개, 비타민, 화장품 정도랄까요. 제 책상에도 연필깎이, 노트커버, 달력은 있었으니까요.


돌이라는 단어를 보니 바다도 생각나지만 화분 위에 올려둔 돌들이 떠올라 봄과 제법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그리고 지난주 수요일 라디오에서 돌을 키운다는 뉴스를 들어 며칠 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코너스툴님의 편지를 받은 후 '애완 돌' 뉴스를 접했으니 어쩌면 코너스툴 님과 며칠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코너스툴 님 편지처럼 청취자들에게 소개해 준 뉴스도 애완 돌을 키우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요한 회의가 있거나 미팅이 있는 날 혹은 일에 치여 피곤의 연속일 때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돌을 넣어 다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긴장을 풀기 위해 만지작 거린다거나 돌을 바라보며 화 나는 일을 돌에게 얘기한다거나요. 한편으로 짠하기도 하고 호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뉴스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반증하는 애완 돌 이야기라고 여겨집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동시에 지인들에게 내 화를 매번 얘기하는 것도 힘들잖아요. 이야기를 듣는 지인도 그렇고요. 저도 비슷해요. 친구나 동네 엄마들 몇몇과 모임을 할 때면 처음 30분 정도는 재미있지만,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집에 오면 지치기도 하지만 괜히 청소년에게 잔소리 한 번 더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말을 듣는 이도 하는 이도 신경을 곤두서야 하는 대화일지 모릅니다. 오히려 반응 없이 듣기만 하는 돌이 편할지도 모르죠. 돌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만지작거리면 차가움은 몇 분 뒤 온기가 되죠. 내 온기를 받은 돌이 다시 내어주는 따뜻함에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돌을 넣어 다니지 않지만 돌을 만지작했던 경험이 있으니까요.

제주도 돌담에 심겨진 선인장

 라디오에서는 기사에 덧붙여 '나의 반려 ㅇㅇ' 문자를 받았습니다. 팔뚝만 한 거북이를 키우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려다 말았습니다. 특이한 반려 생물, 물품 문자가 왔는데 저는 그중 새우가 특이하더라고요. 새우의 생김새와 투명함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아침 출근 준비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새우는 또렷하게 들립니다. 우리 집은 거북이를 키우지만 나는 무엇을 키웠는지 생각해 보면 나에게 위안을 주는 반려 물품이나 생물은 떠오르지 않네요. 코너스툴님과 라디오 뉴스에 기대 생각해 보면 청소년의 상자가 떠오릅니다. 청소년이 어린이 시절에 병뚜껑을 모았습니다. 병뚜껑을 모아보니 은근히 부피가 커서 어렸을 때 병뚜껑 따먹기 할 때처럼 납작하게 만들거나 그대로 모양을 유지한 찌그러지지 않은 병뚜껑 채로 선물상자에 고이 두었지만 제가 몰래 버렸습니다. 그대신 청소년은 그야말로 돌을 모아두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예쁘다며 모았는데 버리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학교에 들어간 청소년은 공기놀이를 좋아했습니다. 반에서 1, 2등을 앞다투어했기 때문에 공기에 진심이었죠. 30개쯤 되는 공기도 선물 상자에 보관 중입니다.

지난주 책상 청소를 하는데 이 두 상자가 그대로 있더라고요. 상자 뚜껑에 '건들지 마시오.'도 적혀 있고요.  그러고 보니 청소년은 몇 개의 자기 유치도 모아두었습니다. 처음 몇 개는 내가 버렸는데 중학년쯤 되니 모아두어야겠다고 모으더라고요. 청소년은 이런 것들에 위안을 얻을까요. 수집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을까요. 한 번씩 뚜껑을 열고 잘 있는지 확인하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더라고요. 청소하며 건들지 말라는 통 뚜껑을 열어봤습니다. 사진도 몇 장 있고, 돌과 병뚜껑이있습니다. 저도 청소년의 어린 시절의 모습, 병뚜껑을 모으며 뿌듯해하던 모습, 공기에 이겨서 자랑하는 모습까지 떠오르네요. 청소년에게 이 상자들은 단어 '추억'과 어울립니다. 청소년의 추억을 마주하는 저도 미소가 새어나옵니다. 핸드폰 사진첩에 가득 든 사진을 하나씩 훑어보는 것과 다른 기분이네요.

특별한 반려랄 게 없는 저에게 이번 주말 소파에서 푹 쉬어야겠어요. 아, 소파의 반려 인간이 저일 수도 있겠는데요.(하하하) 코너스툴님께서 안보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길 바란다고 했지만, 저는 이번 주 실내에서 쉬어야겠어요. 이번 주 매우 큰 일을 하나 해치웠거든요.

코너스툴 님도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2024. 04. 03. 수

안녕, 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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