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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Apr 22. 2024

포레스트 요가를 만나다

요가 유랑기 3(24. 04. 19)

치우친 취향 책방에서 진행되는 책 모임 상당수가 비정기 모임이다. 정기 모임이라 하더라도 회차로 이루어진다. 비정기 모임으로 공지가 올라오면 꾸려지는 모임이라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단골 책방에서 열리는 모임이니 나도 종종 참석했다. 아니, 첫 번째 장소 치우친 취향 모임은 모두 참석했다. 코로나19가 잠식한 시절에 문을 연 치우친 취향이라 마스크를 쓰고 모임에 참여했다. 안 그래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더 어렵다. 몇 번 모임을 함께 하면 겨우 익힌다. 책방이 다시 원래 있던 동네로 돌아오니 그 당시 만났던 사람들을 간혹 모임에서 다시 만난다. 마스크를 벗고 만나는 얼굴이라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새롭다.

요가원 선생님, 요가원 수강생, 한 때 요기니인 사장님이 함께한 책모임

모임에서 기억하는 몇몇이 있고, 실제로 따로 연락하기도 하고 같이 경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모임으로 얼굴이 낯익어지고 친근하게 이야기하게 되고 인스타 맞팔을 하게 되는 수순으로 친해진 사람 중에 요가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이 있다. 호리호리하다는 표현이면 적당할까. 우아한 그녀의 손짓이나 말투를 보고 나와 성정이 달라 속으로 반했는데 요가원을 운영하고 계신단다. 그것도 책방에서 매우 가깝고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기 전까지 머무르는 동네다. 수업을 한 번 듣고 싶은데, 부담이려나. 요가원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은 날, 선생님께 부담일까 물어보지 못했다. 인스타, 블로그를 보며 수업 시간이나 수강료를 알았다. 원데이 클래스도 있다. 원데이를 들으러 갈 수 있지만, 작은 바람은 치우친 취향 책방과 요가원이 콜라보해서 토요일 요가원 수련 후 책 모임 잠깐 하면 좋겠는데. 차마 선생님께 부탁은 못 드리고 사장님께 제발 콜라보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아쉽게도 모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가원을 바꿀지 고민이 되는 요 몇 주였다. 치우친 취향 책 모임에 요가원 선생님인 *미 님이 오셨다. 요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포레스트 요가라고 수업 시간표에 나와 있다.

포레스트 요가는 다른 요가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미 님이 웃으시며 뭐라 뭐라 얘기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얘기가 끊겼나).

원데이 클래스 들으러 가도 되냐고 물었다. 언제든 오라고 했다.

지난주 중에 *미 님께 연락했다. 금요일에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싶다고 했다.


여유 있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빙글 돌다 보니 늦었다(에휴). 선생님이 매트를 펴 주신다. 공용 매트라서 전문가용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요가 타월을 가져갔다. 땀나면 미끌거려서 힘들다. 전문가용 미끄럽지 않은 매트로 모두 깔려 있다. 스트랩, 블록, 동그랗게 말린 타월, 덮을 수 있는 무릎담요 같은 천까지 있다. 벽을 보니 두툼한 상체 길이 정도의 베개 같은 도구도 있다. 보조 도구가 다양하다.

도구들을 이용하니 동작을 하며 긴장할 필요가 없다. 하타요가처럼 동작이 크지 않지만 은근하게 근육이 땅긴다. 열감을 느낄 수 있다. 선생님 설명도 초보 중에 초보에게 맞춰 있다. 등을 쓰는 방법이나 근육이 늘어나는 방향을 설명하며 느껴지는지 집중해보라며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우아하다고 감탄했는데, 요가원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우아한데 강하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다소곳함 대신 강하면서 쏙쏙 들어오는 소리다. 와! 더 반하겠다. 동작을 설명하면서 아픔을 느낄 필요 없어요, 굳이 강하게 동작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뭐뭐 하지 마세요. 온통 하지 말라는 말이 많다. 그러니 아, 내가 여기서 멈춰야 하는구나. 이 이상은 안되는구나.

요가원에서 재활을 하는 기분이랄까. 집에 와서 포레스트 요가를 검색했다. 어느 블로그에 포레스트라고 해서 숲인 줄 알았는데 창시자 이름에서 따와서 놀랐다는 말에 와! 나 같은 사람 또 있네, 하며 반가워했다. 창시자가 정신 건강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명상, 호흡, 현재에 집중 같은 단어들로 설명한다. 요가하면서 명상, 호흡, 집중이 가장 어려웠는데 *미 님과 수련한 요가를 다녀오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다 싶었는데 잘 안내해 주신 덕택이겠지.


수련 후 *미 선생님께 시간이 이만큼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90분이나 수업 해주셨다.

“오늘 후굴 많았는데 안 힘드셨어요?”

“후굴이요? 이 정도 후굴은… 하타에선 후굴도 아닌 것 같은데요. 저 정말 딱 좋았어요.”

“이 수업은 연령대가 다양해서(20-50, 60대) 특히 무리가지 않게 수업해서 그럴 거예요.”

“설명도 어쩜 이리 잘하세요. 빠르거나 고압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나는 원데이가 아닌 10회 권을 등록하고 왔다. 시간이 안 돼서 자주 못 올 거 같다고 했더니 내가 원하는 회차 수강권이 있더라. 9회 가격으로 10회를 들을 수 있어서 얼른 등록했다. 다니던 요가원은 하타 요가를 중심으로 동작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고 보통 얘기한다. 목표가 완성에 있지 않지만 나이 지는 몸의 변화를 느끼는 과정이라고 한다. 완성에 있지 않지만 완성에 나아가는 과정이 버거울 때가 있다. 결국 결과는 완성이니까. 사람마다 몸이 달라 잘 되는 동작과 그렇지 않은 동작은 제각각 다르지만, 되지 않는 동작이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난 그냥 사람이니까. 성인이 아니니까.


그에 반해 지난주 만난 포레스트 요가는 치유에 가깝다고 느꼈다. 지친 마음을 치유해 주고, 긴장된 근육을 부드럽게 만들어 가동성을 넓혀주는 기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힘들지 않은 것 같은데 운동의 피로감을 느꼈고 다음 날 은근히 당기는 곳이 있다. 근육을 부드럽게 쓴다는 말을 비로소 살짝 알게 된 날이었지 않았다.


당분간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수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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