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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Apr 15. 2024

진서 T 요가를 탐닉하다 1

요가 유랑기 2(2021년)

 공공사립도서관인 마을 도서관에서 활동 중이다. 가장 큰 프로젝트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고 일 년 농사와 같이 길게는 6개월 가까이 소요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2021년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감정 글쓰기를 진행했다. 도서관에서 하는 첫 글쓰기 수업 겸 모임이다. 주제를 누가 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나는 이다혜, 고선영 작가를 추천했다. 익히 유명한 이다혜 작가(영화전문지 씨네21 기자, 에세이스트,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출근길의 주문> 등) 섭외가 될까 걱정이었지만, 의외로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지방에 있는 마을 도서관이라서 수락해 주셨다. 문화 혜택이 수도권과 차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강의를 받아들인다는 감사한 말을 전해 들었다. 고선영 작가는 독립출판으로 당시 2권을 내셨는데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애정결핍>을 통해 감정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하신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오가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원들의 글쓰기를 독려하시고 이끌어주셨다. 결과로 우리는 책을 내게 되었다.


주제를 감정 글쓰기로 잡은 우리는 회의 때 나는 탐방으로 야외 요가를 추천했다. 제주에서 경험해 본 야외요가로 신선한 공기와 풀 냄새와 같이 느슨한 요가를 경험하면 마음 한편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취지다. 관장님은 나에게 섭외를 부탁했고 폭풍 검색 후 울산에서 요가를 하고 계시는 진서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일정 변동이 어려워서 비 오면 대략 난감인 상황이다. 전 날 선생님께서 연락 왔다.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날 비 소식이 있단다. 비가 오면 실내 요가를 진행할 수 있고 장소는 산밑에 있는 한옥 카페였다. 오히려 좋았다. 비가 오니까 기온도 선선했고, 참여하시는 회원들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 실내가 더 안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진서 선생님의 설명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요가 끝에 선생님께서 싱잉볼을 쳐주시며 고요함을 불러일으켰다. 싱잉볼 두드리는 소리가 풍경소리같이 금속 소리지만 큰 사발을 통해 나오는 소리라 묵직했다. 싱잉볼 테두리를 싱잉볼 채로 두르면 진동으로 소리가 윙~ 하며 울리다가 점점 잦아들며 마무리되는 시간이 좋았다. 싱잉볼이라니. 나 좀 더 듣고 싶은데. 요가가 끝나고 대왕암을 둘러보러 이동했지만, 비가 왔고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서둘러 한 바퀴 돌고 카페에 앉아 쉬었다가 왔다.

산밑소담 카페에서 진행한 요가
해무가 가득낀 대왕암. 근처 카페에서 대구로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 한 잔 마셨다. 비를 피해 카페에 있으면 분위기에 취한다.
울산 숙소에서 읽은 <작별하지 않는다> 혼자 가는 여행에 책이 빠지면 섭섭하다.

어딘가 모르게 자유로워 보이는 분위기가 좋았을까. 선생님의 야외 요가 수업을 탐닉하게 되었다. 6월 <산밑 요가>를 처음으로 10월에 혼자 울산으로 내려갔다. 대구에서 울산 태화강까지 소요시간이 꽤 돼서 전날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요가를 하러 갔다. 아무래도 야외다 보니 새벽에 요가를 시작한다. 6시에 했던가. 태화강이 넓었고 주차장에서 소개해 준 기대로 갔지만 찾지 못해서 10분 늦어 전체적으로 좀 늦어졌다.

진서 선생님은 요가 프로그램을 잘 만든다. 산밑 소담이라는 한옥 카페에서 <산밑 요가>라를 열었고, 국가 정원으로 꽃이 가득한 <태화강 국가정원 새벽 요가>와 함께 십대리숲인 대나무 숲길 걷기를 동시에 진행했다. 요가가 끝나고 각자의 발걸음대로 대나무 길을 한 바퀴 도는데 아시다시피(?) 광고 한 장면이 연상된다. 지역 주민들이 운동하러 나오시기 때문에 고즈넉함을 기대할 수 없지만,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걷을 수 있어서 혼자 걷기에 충분했다.


요가와 걷기가 끝나고 태화강 국가정원을 둘러보며 식물 사진을 담았다. 2021년에 나는 식집사로 열심히 식물을 가꾸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블루버드가 화분에 20cm 남짓으로 있지 않고 1m 되는 키고 햇살 받으며 있으니 어찌나 탐나는지. 블루버드답게 흔한 초록이 아니다. 청록과 옥색을 넘나들며 햇살을 반사하는 우아함을 지녔다.

1박을 하게 된 울산을 요가만 하고 집에 갈 수 없다. 근처 책방을 검색했다. ‘크림북’이라는 레트로로 꾸민 공간에 헌 책과 독립 출판물을 함께 판다. 인테리어 때문에 핫플인지 울산을 검색하니 SNS에 많은 피드가 있었지만 요가 끝나고 체크아웃 후 찾아갔더니 아직 한산했다. 커피와 함께 책 여러 권을 사 왔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찾느라 봤더니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두 권 샀는데, 책장 어디에 숨었을까. 까막히 잊고 있었다. 올해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읽기가 목표인데 생각났을 때 찾아야겠다.


동네 요가원만 가던 나는 제주도에서 알게 된 소냐 선생님, 울산에서 알게 된 진서 선생님을 시작으로 여행 가서 유량 하듯 요가를 탐닉하게 된다. 요가를 이유로 혼자 떠나는 여행에 핑계가 생겼다. 책을 챙겨가며 요가 여행지 근처 카페에서 아무렇게나 시간 보내는 일정이 나에겐 완벽이다. 


소개된 울산 한옥 카페 <산밑 소담> 울산 동네서점 <크림북, CREAM BOOK> 모두 현재 운영하지 않는 추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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