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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y 11. 2024

해바라기 받아 가세요

해바라기 5장 그리다

화실에서 만든 해바라기 도안을 축소해서 나는 그리기로 했다. A3 2장으로 도안을 다 만들고 그림 크기를 가늠했다. 가지고 있는 자투리 한지를 이용해 해바라기 4장 분량이 나와 나는 4장의 해바라기를 그리게 된다. 여기까지 지난주 연재한 이야기다. 이제 슬슬 생각해야 된다. 4장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누구에게 줄 것인가. 집에 그림을 두지 않는 나는 몇 개 그림 외에 표구를 하지 않고 돌돌 말아 책장에 꽂아두었다. 세화전으로 그린 그림은 화실에 보관 중이다. 그리고 이번 달 대구시전에 낼 그림이라 귀퉁이 비닐을 뜯지 않고 그대로 둔 그림이 있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것처럼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그러니 4장의 해바라기를 나는 다 보관하지 않을 심상이다. 단지 종이가 허락했기에 열심히 그리는 것으로 내 만족은 충족된다. 해바라기 그려달라고 얘기한 친구에게, 친동생에게  주고 싶다. 그럼 두 개는? 그림을 그려서 나눠주는 취미?가 있지만, 아무에게나 줄 수 없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줬다가 부담이면 어떡하려고. 그리면서 누구에게 어울릴지, 주고 싶다고 했을 때 기쁘게 받을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고민한다. 아니, 화실 선생님이 자꾸 자기 것도 그려달라고 하신다. 이건 반칙 아닌가. 나보다 손도 빠르고 색깔도 더 예쁘게 칠하실 텐데 말이다. 그림 보면서 아쉬운 부분만 자꾸 집어낼 거 같은 분이 말이다. 나도 내 그림 보면서 흠이 먼저 보여 큰일인데, 가르치시는 분은 오죽하겠냐고요. 그러니 못 준다. 줄 수 없다. 그냥 마음만 받으세요(하하).


브런치 스토리 연재가 일주일에 며칠 씩 있으니 블로그에 소홀해진다. 그나마 책 블로그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년 서로이웃의 관계를 맺은 분 중에 내 글에 꾸준한 댓글을 달아준 분이 계셨다. 댓글 달아주시는 정성이 고마워 읽은 책 중 2권을 택배로 보내드렸다. 독서논술 공부방을 운영하시는 이웃이기도 했고, 책에 관심이 많으셔서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 책 같아서 역사 SF 소설,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과 함께 보내드렸다. 일면식도 없고 블로그로 알게 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분이었다. 친하다 친하지 않다를 나누기도 애매한 사이다. 단지 책 좋아한다는 작은 공통점만으로도 마음은 끌리니까.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물한다. 선물할 대상을 고민하는 시간을 즐기는 게 아닐까. 이번에도 굳이 친구가 아니어도 그저 비루한 그림을 기쁘게 받아줄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민화에세이를 연재하고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이 계신다. 블로그 이웃처럼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로 만나는 사이가 얼마나 두터울 수 있을까. 나는 이 플랫폼에 나오는 글들이 누구나에게 완벽하게 읽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마음이 아니면 글을 쓰지 못할 테니까. 독자가 있다는 생각으로 내 이야기인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그 마음과 동등하게 내 글을 아무도 안 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독백, 비백으로. 이 마음인데 몇몇 작가는 내 글을 읽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아주신다. 부끄럽게도 대댓글을 바로 달지 못한다. 고맙다는 말이 너무 상투적인 것 같아서, 어떤 댓글은 나를 고민에 빠트리기도 하니까. 댓글 창을 닫으려고 했더니 무어라 알람이 떠서 귀찮아 그냥 둔다.


민화에세이를 꾸준히 읽어주시며 잘 그린다는 말씀을 남겨주시는 작가님이 떠오른다. 목요일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 해바라기 줄 사람들을 정했다고 선생님께 말했다. 누군지 물어보는 선생님께, 우선 그려달라고 말했던 지인, 친동생과 함께 민화 에세이 연재를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여러 회원들이 있는데 모두 일제히 와! 하는 함성이 터진다. 선생님께서

“그분 완전 성덕이신데요.”

나는 손사래를 친다.

“성덕은요, 무슨. 오히려 제가 고맙죠. 잘 그리지도 않는 제 그림을 캡처까지 해주고 말이에요. 실제로 받았는데 실망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에요. 그런데 아직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막상 그림 드려도 될까요, 했는데 싫어할 수도 있고요.”

어제 아침 눈 떠 핸드폰에 온 알람들을 보다가 화실에서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브런치 앱을 켜고 제안하기 메일을 보냈다. 곧이어 바로 답장이 왔다.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아! 아직 반의 반도 안 그렸는데. 주소까지 보내주신 작가님 메일을 보니 부지런히 그려야 할 것 같다.

볼링곰으로 표현될 완벽 구형의 화분

나머지 하나는 다른 도시에서 볼링장을 연 친구에게 보낼 예정이다. 화실에서 한참 해바라기 잎을 칠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동창들이 다음 주 만나기 위해 약속 잡는다고 대화창이 시끌하다. 모두 오는 자리에 한 친구는 볼링장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도시에 있어 이번에 참석이 어렵다고 한다. 아, 새로운 곳에 사업장을 열었지.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을까. 요즘 자영업자들 모두 힘들다고 하는 시기인데.

그림 한 귀투이에 테스트하며 색깔 만들기

해바라기가 실제 돈을 가져다줄 것 같지 않지만(미안) 복을 준다니까. 민화에 모란도 뭐 실제로 부귀영화를 가져다줘서 그리는 거 아니니까. 염원을 담는 마음으로 그리는 거지. 볼링장을 운영하는 친구니까 해바라기 화병 대신 볼링공으로 표현하자. 나는 볼링공 사진을 또 찾아봤다. 오늘 선생님과 오전부터 만날 약속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화병을 볼링공으로 둔갑시킬 수 있겠는지 물어봤다. 고동색으로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색을 올려서 모양이 가려질지 의문이라. 선생님도 회의적이다. 그럼 뭐 오늘 도안 하나 더 만들게요, 했다. 마침 오늘 화실에 대구시전 그림 마무리하기 위해 몇몇 회원이 오신다니까. 나도 화실에서 그림 그리기로 했다. 7시에 동네 책방 사장님의 외출로 책방을 봐주기로 해서 책방에 가야 한다. 그때까지 나는 한가하니까.


그렇게 해바라기가 5장이 되었고, 아직 하나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선생님 드리는 거 아니겠지. 얼른 다른 사람이 떠오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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