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나 김장 이런 건 친정엄마나 시어머님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요리와 살림에 일가견이 있는 오랜 경력직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퇴직을 하고 집에서 살림만 하다 보니 김치에 대한 도전정신이 생겼다. 작은 알배기 배추로 절이지 않고 샐러드처럼 겉절이를 만들어 본 적은 있었는데 온전한 배추로 겉절이를 만들어 본 건 올해가 처음이다.
우선 한 포기로 시작해 보았다. 겉절이를 좋아하는 신랑은 내가 만든 것에서 장모님 맛이 나서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작은 김치통이 내 솜씨로 채워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기에 그다음엔 두 포기를 만들었다가 최근엔 배추 세 포기까지 해보았다.
엄마가 가르쳐 주신 방법으로 간단하게 한 포기쯤은 금방 할 수 있었다. 우선 배추를 네 쪽으로 가르고 나서 가운데 심지를 브이자로 잘라낸다. 엄마처럼 스텐 김치 대야 안에서 칼을 세워 배춧잎을 서걱서걱 베어내고 속에 있는 노오란 꼬갱이는 자르지 않고 그대로 쓴다. 그리고 천일염에 한 시간 정도 절인다. 그동안 양념도 만들고 양념에 들어갈 무채도 자르고 겉절이를 돋보이게 해 줄 쪽파나 실파, 부추를 다듬어 손가락 두 마디만큼 길이로 잘라 놓는다. 배추 한 포기를 기준으로 해서 시어머님이 직접 농사지어 해 주신 고춧가루 듬뿍, 양파 하나와 배 반쪽을 갈아 넣고 다진 마늘 듬뿍, 다진 생강 아주 쬐끔, 새우젓 한 수저 듬뿍 넣어 섞어 겉절이 양념을 만든다. 양념에 무채와 쪽파를 넣어 일차로 버무리고 나서 물에 헹궈 물기를 쪽 뺀 절인 배추를 넣어 슥슥슥 버무린다. 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설탕을 넣는다. 통깨는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상관없다.
한 포기를 이렇게 쉽게 만든 만큼 먹기도 금방 먹었다. 최종적으로 세 포기까지 겉절이 담그기에 도전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두 포기까지만 할 걸 살짝 후회했다. 그렇게 담근 겉절이를 이번에 처음으로 시댁과 친정에 조금씩 나눠 드렸다. 겉절이도 이렇게 힘든데 칠십이 넘으신 어르신들이 김장을 하시기가 진짜 힘드셨겠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했지만 맡아서 해드리겠다고 선포하기엔 아직 이르다. 김장은 아직 내가 주도하기 벅찬 빅 이벤트이다.
그래도 앞으로 겉절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생겼다. 물론 맛이 매번 같을지는 몇 번 더 담가봐야 알겠지만.
이번 추석 때 김치 새로 해 놓았으니 가져가라고 하시는 엄마와 시어머님 두 분은 나에게 정말 든든하고 감사한 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