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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Oct 19. 2021

미쿡교사, 될 때까지 도전!

계속되는 도전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좌절하지 않았다. 보스턴 시내에 있는 학교에 지원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있는 공립 차터 스쿨이다. 이 학교 ESL 디렉터와 전화 인터뷰 후, 두 차례의 대면 인터뷰를 거쳤다. 다수의 지원자가 있어 1차로 전화 인터뷰하고, 10명으로 추려 한 사람씩 인터뷰 중이라고 했다. 첫 인터뷰에서는 디렉터와 1시간 정도 대화를 했다.


나의 이력, 경력, 학위에 대한 소개, 나의 교육 철학, 학생관, 미국 교육에 대한 경험, 한국과 미국 교육 비교, ESL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 수업 운영에 대한 질문, 학생 훈육 방식, 나의 강점, 가장 어려웠던 수업 경험, 가장 성공적인 수업 경험, 학생의 입장에서 나를 표현하는 3가지 말, 보스의 입장에서 나를 표현하는 3가지 말, 교사 동료부터 얻은 가장 큰 교훈, 동료와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 등을 질문받았다.


디렉터는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나의 대답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때때로 호기심을 드러내며, 나의 대답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다. 근무시간과 하루에 몇 시간 수업하는지, 교사 복지 시설 등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내가 받고 싶은 연봉을 물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한참을 머뭇거렸다. 디렉터는 내가 자격이 차고 넘치는데, 학교 사정 상 내 능력에 비해 아주 많이는 못 주겠다고 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연봉을 협상하는 상황은 처음이다. 첫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리라고는 예측 못 했다. 혹시, 내가 너무 높은 연봉을 요구해 나를 채용하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우려에서 받고 싶은 연봉보다 좀 낮춰서 말했다. 디렉터는 나의 연봉 액수가 자신들의 연봉 책정 액수 범위 안에 있다고 안심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이것이 나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첫출발부터 나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 내놓았던 것이다.


1차 면접 이후, 교장과의 2차 면접이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디렉터로부터 전화로 채용 제의를 받았다. 그 기쁨이란!


디렉터와의 면접에서 흐뭇한 대화가 오갔다. 끝나고 느낌이 좋았다. 교장과의 인터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 했다. 그동안의 인터뷰에서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명확하게 설명하며 나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이 차터스쿨 교장과의 인터뷰에서는  별로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초반부터 40대 중반의 여성 교장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었다. 전혀 예상치 못 하고 생각해 보지도 못한 질문이 나와 말을 얼버무리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느낌이 안 좋았다. 안 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갔다. 금요일에 교장과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월요일에 전화로 채용 제안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바로 수락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지라, 생각해 보고 목요일까지 채용을 수락할 건지 여부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목요일 오전에 디렉터에게 먼저 전화가 왔다.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해야 해서 지금 바로 답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수락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첫 디렉터와의 인터뷰에는 나의 채용이 거의 정해졌다. 교장과의 인터뷰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ESL 디렉터에게 ESL 교사 채용의 전권이 있었다. 교장은 디렉터의 선택과 결정을 신뢰하기에 채용 확정 전에 확인차 나와 인터뷰를 한 것이었다. 나의 느낌이 적중하지 않은 셈이다.


채용 확정이 된 날, 나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신임교사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예정이다. 이 날부터 정식 출근이다. 내일 학교에 가서 정식으로 채용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월요일부터 미국 공립학교에서 ESL 교사로 일 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7월 20일에 처음으로 미국 교사가 되려고 작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MTEL 시험  연습문제 책 주문하고 ESL 교사 채용공고를 보았다. 이렇게 시작해서 3주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긴장과 걱정, 불안 그리고 설렘과 자신감, 희망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제 미국에서 교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기쁘다!


이렇게 나는 미국 공립학교 교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50을 앞둔 나이에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것은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이었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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