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열공 중인 고등학교 2학년 작은 녀석이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배 아파, 머리 아파를 연발하던 녀석이 급기야 학교를 결석하고, 조퇴하고 끊임없이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기에, 소아 청소년과 에서 진료의뢰서를 떼어와 이대목동병원에서 검사를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검사를 하는 것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단다.
병원이 주는 중압감. 애써 불안한 마음을 삭히고 검사를 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처치를 하는데, 병동 간호사가 채혈을 하고 있던 처치실에서 뛰어나와 급하게 나를 찾는다,
"어머니, 아이가 피를 뽑고 있는데 실신을 했어요. 함께 가 보셔야겠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작은아이는 열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출산한 아이이다. 예정일을 보름 앞두고 양수가 터져 할 수 없이 유도분만을 하게 되어, 아이는 몸무게가 채 3킬로도 되지 못한 2.8킬로의 작은 아이로 만나게 되었다. 큰아이는 4.3킬로의 슈퍼베이비로 자연분만을 했으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녀석들이다. 큰아이가 뚫어놓은 고속도로를 작은 아이는 미끄럼을 타듯이 쉽게 내려오니, 분만을 맡았던 의사 선생님께서는 미처 수술준비도 하시지 못하고
"힘주시면 안 돼요"
를 연발했다. 손으로 아이 머리를 막고 있는 우스운 형국을 유발하다, 아이머리에 회음절개를 위한 매스가 살짝 닿아 상처가 생기기도 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작은 녀석에게 해 주었더니, 그 녀석은 자기가 자주 아프고 유약한 게 다 내 탓이란다. 열 달을 올곳이 품고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하는데, 보름을 채우지 못한 미흡함이 원인이라나 뭐라나 입만 여물어서 나왔는가 보다. 그렇게 작게 태어난 작은 아이가 안쓰러워 더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물고 빨고 애정공세를 했건만, 이 녀석은 황달, 천식, 아토피, 화상과 볼거리 등 남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온갖 병들을 다 섭렵하는 종합병동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검사를 위한 채혈도중 실신이라니? 급하게 들어선 처치실에 담당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주욱 둘러서 있다. 시트와 옷가지에 피가 묻어있고, 대비되게 아이의 낯빛은 창백하고 입술도 핏기가 하나도 없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가 심하게 긴장해서 경련성 쇼크가 온 것 같다고 하신다. 조금 휴식을 취하면 나아질 거라고 하면서 곁에서 지켜보란다. 주렁주렁 수액이 걸려있는 차가운 스텐 투성이의 방에, 아이가 덩그러니 누워있다. 가만히 손을 뻗어 아이의 손을 잡아본다. 차가운 아이의 몸을 품에 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애물단지도 되고 보물단지도 되는 내 아이. 조금 더 내 안에 품고 있었다면 자라면서 덜 아팠을까? 농담처럼 던지던 아이의 그 말이 유난히 가슴을 먹먹하게 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