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씨, 일단 유도분만 후 안 되면 수술할 것도 생각해 봅시다"
이대목동병원 김영주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아이는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예정일이 되면서 내 체중이 20킬로가 늘었으니, 임신중독증의 우려가 있다고 체중조절을 해야 한단다. 생명을 잉태해 온전한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어찌 쉬울까?
음력 2월 17일. 내 생일 아침. 친정어머니에게 전화가 온다.
"조서방 퇴근할 때쯤 갈게. 맛있는 거 먹자."
결혼 후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을 얼마나 먹고 싶었던가? 엄마 전화통화 후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점심도 건너뛰고 만삭의 임산부가 쫄쫄 굶어가며, 다 저녁이 될 때까지 부모님 오시기만을 기다리는데 아랫도리가 축축해진다. 설마?
덤덤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병원으로 갈 채비를 한다. 출산을 위한 준비물이 들어있는 가방은 한쪽에 챙겨 놓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가볍게 몸만 움직여 체크를 해보니, 자궁이 2센티 정도 열려있어 감염우려 때문에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단다. 환자복을 주면서 내 침상에 ' 금식'이라는 표지를 꽂아놓는다. 출산을 위해서 장을 비워야 한다고 관장약도 갖다 놓는다.
'저기요, 저는 아침부터 오늘 저녁을 먹기 위해 별것도 먹질 못해 허기가 지는데요. 매점에서 빵이라도 먹고 오면 안 될까요?'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
아무리 체중이 20킬로가 늘었다고 해도, 뭘 먹어야 기운을 내서 아기를 낳지 싶었다. 연락을 받고 도착한 남편에서
"자기야, 나 배고파"
했더니 사정 모르는 남편은 간호사에게 간식을 먹여도 되냐고 물어보다 지청구를 들었다. 애를 낳아봤어야 알지. 뭐 그리 팍팍하게 대하는 건지. 진통시간은 짧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길어지게 되면 하루를 넘길 수도 있는데, 나는 그리 시간이 오래되면 허기가 져 기절할 것 같았다.
간호사는 링거를 꽂아주며 배가 고프지는 않을 거라고 했지만, 내게 있어 출산의 고통은 아픔보다는 공복감이 더 컸었다. 진통하는 시간 내내 머리 위로 치킨이 날아다니고 에이스크래커가 굴러다니고, 그렇게 다음날 아침까지 배 아픔 인지 배고픔인지를 충분히 겪고 나서, 4.38킬로의 딸내미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는 훨씬 커다랗고 뽀얗게 다 자란 아이였다. 희한하게도 아이를 낳고 나니 배고픔도 사라졌다.
아이를 만난 만족스러움이 내 고단함을 밀어냈던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