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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Apr 25. 2022

4일 차

2022. 04. 26

Q. 당신의 멘토는 누구예요? 어떤 점에서 그분이 당신의 멘토인가요?

아마도 나는 아직 멘토를 만나지 못했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전생에 천 번을 만나면 부부가 되고 만 번을 만나야 스승이 된다는데, 나는 아직 만 번이나 만난 인연이 없는가 봅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스스로 멘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미리 살아봄으로써 돌보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나는 종종 누군가의 만남에 이유를 모를 눈물을 흘릴 때가 있습니다. 비단 그 존재가 내 눈앞에 있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박세리 감독, 이영혜 코치, 김이나 작사가, 가수 아이유, 배우 윤여정 등이 그러합니다. 그저 그들이 내 앞에 저렇게 있음이, 혹은 그들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음이, 혹은 그들이 저런 말을 저렇게 내뱉음이 내게는 위로가 되곤 합니다.


Q. 살아오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나는 수치심이라는 딱딱한 버블로 에워쌓여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강암으로 된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을 겁니다. 안팎으로 그것을 녹이고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나는 온전히 나로 있지 않으며, 여전히 나는 그 버블 속에 숨어있는 것이 편하기도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그 버블이 나로부터 만들어질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나의 어린 시절이 엄마에게는 종종 덩치만 크고 무거운 무가치한 짐짝이 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내게 이렇게 말했죠. "너는 정말 무가치해. 너는 쓰레기만도 못해. 그냥 죽어버리는 게 더 나아."


Q. 한참 지난 일이지만 두고두고 여전히 후회되는 일이 있으세요? 왜 그렇게 후회되는 걸까요? 할 수 있다면 돌이키고 싶으신가요? 그때로 돌아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무언가 후회할만하다면 나는 아마도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후회를 한다면 나는 내게 모질었던 그 모든 순간들을 후회하고 싶습니다. 나도 나를 싫어해야 버림받지 않을 거라 믿었던 순간들을, 그래서 나마저 나에게 돌을 던지고 칼을 휘두르던 순간들을, 온 진심으로 내가 죽기를 바라던 순간들을, 나를 안아주지 못했던 순간들을, 내 편이 되어주지 못했던 순간들을 후회하고 싶습니다. 나는 여전히 그때로 돌아가곤 합니다. 때로는 그때가 나를 찾아오곤 합니다. 그러면 나는 후회 대신 그 옆에 가 앉아봅니다. 여전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기억이 너무 많지만, 그럴 때면 손이라도 내밀어 등을 쓸어봅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아픈 건 당연한 것이다. 괜찮다. 이대로도 괜찮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버리지 않겠다. 미안하다."


Q. 다른 이들이 알고 있는 당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뭔가요?

아마도 지금의 나에게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Transforming 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 같네요. 더 나아가 나는 '진화'하고 있습니다. 
언젠가의 나는 같이 놀고 싶은 사람, 독창적인 사람, 주도적인 사람, 잘 챙겨주는 사람, 활발한 사람, 폭력적인 사람, 재미있는 사람, 예민한 사람, 불쌍한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사람,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 똑 부러지는 사람, 쿨한 사람, 냉정한 사람, 독한 사람,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욕을 잘하는 사람, 아쌀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 예쁜 사람, 멋진 사람, 강한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 애정이 결핍된 사람, 외로운 사람,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 사람 등이었을 겁니다.


Q. 당신이 죽고 난 다음 훈장을 받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니어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한 리리 재단의 재단장으로서, 에고를 위로하는 베스트셀러와 웰메이드 드라마의 작가로서, 자본의 풍요만이 풍요가 아님을 알려준 라이프 코치로서,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끔 도운 리시코드코칭의 대표로서, 영성적 치유를 담은 그림 그리는 작가로서, 영성과 뇌와 과학을 끊임없이 연구한 학자로서,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많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은 구성원으로서, 그 모든 것이 되어본 한 사람이 더 이상 나로서 경험할 것이 남아있지 않음에, 비로소 온전한 나를 창조한 경이로움에 훈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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