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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May 05. 2022

13일 차

2022. 05. 05

Q. 당신 스스로 생각하기에 당신에게 가장 부족하다 여겨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사랑, 또 사랑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은 사랑보다는 연민, 자비, 자애 뭐 그런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겠군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부족함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허용이 부족하다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느끼던, 무엇을 겪던 그것을 허용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것을 허용해보려고 머물고 있자 하면 인내심이 부족하다 느끼죠. 그래서 그것이 흘러가도록, 그것이 있는 그대로 그 본체를 드러내도록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꾸만 나를 검열하고 몰아세우죠. 내게 괜찮다는 말을 한 번 하기가 참 어려웠었습니다. 내가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내가 나에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숨기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죠. 나는 내가 사랑이 부족해서 항상 불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한 번도 부족한 적이 없었음을 압니다. 그저 내가 사랑을 사랑으로 알고, 쓰지 못했음을 이제는 압니다.


Q. 그 부족함을 어떻게 해결해왔나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나는 해결책을 촉구해왔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도무지 문제가 있는 것을 두고 보질 못해서 끊임없이 해결하고 답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위에 인내심이 없다고 답해두고서는 바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 그것이 그냥 특성인가 보다 싶기도 합니다. 제일 먼저는 부모에게 사랑을 받으려 애써봤을 것이고 어떻게 해도 사랑이 받아지지 않는다고 생각되자 남에게서 사랑을 받으려 애썼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게 원래 내가 주지도 못하면 받지도 못하는 법인데 한 때는 내가 원하는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운명인가 보다며 현실에서 발을 떼 버린 적도 많았죠. 미워도 해보고 싸워도 보고, 나를 협박해도 보고, 울어도 보고, 청승도 떨어보고, 지랄도 해보고, 어디 가서 신고당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받으려 애썼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압니다. 아, 물론 이 부족함은 해결되었습니다.


Q. 당신에게도 사춘기가 있었겠지요? 사춘기 무렵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내게는 사춘기가 없었습니다. 나의 사춘기보다 엄마에게 찾아온 너무 이른 갱년기가 더 큰 이슈였기에. 사춘기를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어른이 되어서도 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사춘기를 제멋대로 행동하는 시기 정도로 이해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언제든 제멋대로 행동해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는 결국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Q. 당신이 처음 이성을 느꼈던 때는 언제 누구를 통해서인가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나는 최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기가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유치원 시절에 내 기억 속에 훈남으로 저장된 이들이 몇 명이 있습니다. 나는 꽤 당돌한 편의 아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에게는 나는 니가 좋다고 아주 적극적으로 표현을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내가 고백이란 건 일도 아니었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억이 났던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쓰려니 생각이 안 납니다. 오, 나는 좋은 남자를 그 시절에 많이 놓쳐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 남은 좋은 남자 중 한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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