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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May 28. 2022

36일 차

2022. 05. 28

Q. 당신이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외부 활동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나는 왕왕 나를 그런 식으로 설명하곤 합니다.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지만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요. 그럼에도 문득 '아, 나도 사회적인 동물이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새삼 감사해지거나 그리운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내가 아주 오래,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외부활동은 코칭과 관련된 스터디일 것입니다. 막상 신청해놓고서 버겁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럼에도 없으면 허전하고 외롭고,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친정집' 같은 곳입니다. 몇 년인지 세지도 않은 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얼굴 한 번 못 본 이들이 투성이인데도,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가장 깊숙한 곳을 아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지요. 참으로 묘합니다. 이번 스터디까지만 하고 쉬어야지하면, 소름이 돋을 만큼 내 삶에 필요한 주제로 다음 스터디가 공지됩니다.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얽매여 있습니다. 기껍고, 버거운, 감사한 모임입니다.


Q. 당신이 꼽을 수 있는 친구는 누구누구인가요?
Q. 그들은 어떤 시절의 친구인가요?

연인을 제외하고는 Zone 2에 있는 사람 하나, Zone 3에는 열댓 명은 되지 않을까요. Zone 4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Zone 5에는 Zone 4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분포해있죠. 잦은 이직 속에서 각각의 일터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 나의 감성이 형성되던 이십 대에 비슷한 것을 보고 듣고 사유했던 사람들(그들이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본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어 발버둥 치는 코칭을 통해 만난 사람들, 그 사람들을 통해, 또 삶의 어떤 사건들을 통해 연을 맺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끼는 사람은 건강과 자연 얘기 말고는 딱히 할 얘기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그 연결감이 너무 좋은 동생 하나, 왠지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지 다 알아줄 것만 같은 나의 멘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내놓으면 대뜸 공감부터 하고 보는 전전전회사의 블리들, 한때는 나의 은인이었고, 지금은 마치 이웃처럼 느껴지는 나의 첫 팀장님, 뭣도 모르고 순수하게 광고를 좋아하던 시절 그 열정을 나누었던, 지금도 서로에게 영감이 되어주는 친구, 동생, 오빠. 뭐 이렇게 쓰다 보니 줄줄이 소시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어떤 기준으로 꼽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지네요. 


Q. 혹시 그들만의 공통점이 있나요?

그들은 한때는 나의 얘기를 참 잘 들어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화가 나 있었고, 그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양은냄비 같은 나를 바라봐주었죠. 그들은 내가 변하고, 자라고,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한결같이 나를 존중해주었던, 믿어주었던, 추앙해주었던, 치켜세워주었던, 내가 부르면 나와주는, 내가 어떻든 그냥 늘 그 자리에 있어주었던 사람들.

어쩌면, 나는 이미도 충분하게, 이미도 넘치게 좋은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있어서 처음의 저런 말들을 교만하게 내뱉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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