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불편하게 살기

by 그믐

'삶'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내게 삶이란, 갈등의 포화상태인 것 같다.

갈등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헌데 그러면 이 세상엔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갈등은 이 세상에 첫 숨을 내뱉고, 지능이 아닌 감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언어가 아닌 웃음이나 울음으로 그것을 표현할 때부터 시작된다.

배고픈데 밥을 주지 않는 엄마와, 밤새 울어대는 아기 때문에 괴로운 아빠를 마주하는 것부터가 갈등이다.

동네의 또래 꼬마들과 어울리며 과자 한 봉지를 나눠먹을때도,

유치원의 같은 반 아이가 나보다 좋은 크레파스를 가지게 되었을때,

어떤 소년을 좋아하게 되거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또한 갈등의 본질은 늘 감정을 기반으로 한것이나 그것은 나이에 따라 성숙한다.

좀 더 복잡해보이고 머리와 함께 커진 생각들이 잡다한 것들을 물어와 얽고 섥는다.

하지만 성장된 갈등을 겪지않고 사는 사람들이 현대인의 과반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편하고 빠르게 해결되는 새로운 세상은, 그 만큼 어떠한 감정이나 고민에 머물러있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느끼고 생각하기보단 외면하고 도망치는 길을 택한다.

그런게 습관이 되어 어른이 되어버렸을 땐 감정에 예민한 마음의 한구석이 마비되고 돌처럼 굳어져 버린다.

그들은 상처를 받을 순간에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 또한 최대치로 누리지를 못한다.

어떠한 일에 슬픔이나 기쁨을 느끼지도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주지도, 그런 사람들의 감정들을 나누지도 못한다.

나는 그런 사람을 재미없고 성숙하지 못하다 정의내린다.

또 다른 가설을 만들어보자면 편한 세상을 불편하게 살아갈 이유가 없는 (즉, 향상되어 보이는 삶의 질을 누리는 이들은) 느끼고 생각하여야 할 일들이 없어서 그렇게 정지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편한 세상을 불편하게 살아온 나는 늘 그들이 내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들에게는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없으니, 헌데 그런 이들 뿐이니.

있는 힘껏 불편해져볼 때 성숙을 하고 삶을 배운다.

세상에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느끼고 다양한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갈등을 겪고 나면 그것들은 시시때때로 다른 관계와 다른 양상으로 나를 잠식하려 들지만 과거의 기억으로 해결해내고 의연해진다.

우습지 않은가. 너무도 알아서 의연하고, 너무도 몰라서 의연하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제가 얼마나 불쌍한지를 모르고 양철로봇인녕 제 잘낫다고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아파하고 슬퍼하고 쓰러지고 괴로워하다 울부짖고 다시 일어나고 웃고 기뻐하고 행복하고 즐기는.

이 세상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때때로는 심장이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뛰지 않았으면 바라기도 하고,

누군가 훅 긁고 지나가는 것쯤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바라는 너무도 인간다운 인간임에 축복한다.

오늘도 지쳐서 주저앉고 싶다가도 꽃 한송이, 바람 내음 하나에 웃을 줄 아는 그 마음을 사랑한다.

원망하다가도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지는 뒤돌아서 눈물 한줌 훔쳐내는 그 손을 잡아주고 싶다.

잘될꺼다 당신들은 모두.

지금 느끼는 만큼, 훗날 그 감정이 너무 소중해 아끼고 또 아껴주는 이들 만나서 행복할거다.

그러니 할 수 있을때 맘껏 불편하게 살아보자.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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