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린날의 일기들]
혼자만의 진심은 더이상 진심일 수 없다는걸 알아간다
그것에 대한 책임감, 용기 그리고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더 이상 그것은 그 누구도 알아줄 수 없는 홀로 지닌 진심으로 남아버릴 뿐이다
인연은. 재촉한다고해서 쉬이 다가오는 것이 아니고
마냥 기다린다고해서 자연스레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관심조차 없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늘 스스로를 경계하라
헤어진 연인들이 오랜시간동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까
첫째는 지난날 오래 몸담았던 그 물이 너무 뜨거워서 크게 화상을 입은 듯해 원래의 체온을 찾지 못했거나
둘째로 그 색에 너무 진하게 물이들어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의 색이 아닌 그 다른 짙음에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이거나.
필요이상의 한가로움은 부적합한곳으로 시선을 옮기게 만들고 옳지 못한 방향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하며 그곳에 불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일어서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
과거의 같은날 미래의 9월 25일
늘 필름돌듯 지나온 같은 날들의 기억이 내가 살아야할 하루 중 일부를 채우기 시작한다
아주 먼훗날 내가 살아야할날보다 살아온날이 더 많을때
그때는 어쩌면 나의 하루의 전부가 과거의 같은날에 대한 회상으로 가득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가장 생생할 지난해의 기억일수록 나의 오늘을 어떤 기분으로 보내게 할지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있는 그 공간이 크면 클수록 지금의 내가 훨씬 뒤쳐져있는것 같을때 갈곳잃은 아이마냥 헤매이곤 한다.
그러나 그곳엔 늘 방황 속 꿈이 있다
잃어버렸던 이상, 바램, 꿈꾸는 것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있다
그래서 나는 또 이 정처없는 서성임이 끝나갈 즈음에
남모르게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꿈꾸고 같은것을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을때까지 계속.
하나만 바라고 있을 것이다
새삼 밀려드는 쓸쓸함.
놀라울만큼 냉담해져버린 내가 신기하기만 했다
진하지 않았던 옛 기억의 새록함 속에서
너무도 변해버린 낯선 나를 만난다
몇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뛰고 만난 사이라는 것은 늘 그러한 것인가
이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세월 속에
얼마나 많은 궁금함과 오해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저 순간만을 기억하는 사이
그것은 어떠한 만남으로 남아야하는 것일까
수년이 지난 후 기억조차 못할수도 있는 그 오늘이라는 순간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는 곳에 오가는 마음의 빛줄기 사이로
한번이라도 맞닿은 적이 있었더라면
아마도 우리는 짧았지만 찬란하였다
하늘색 등을 껴안았다
살며시 고개를 기대어 보았다
행복한 꿈이었다
햇살은 따스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우리는 교외로 놀러나와있었고
시작도 없이 찾아온 설레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하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오늘부터 외론맛 밤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착각은 안포켓에 고이 접어두고 절대 꺼내지 마세요.
머리는 모닷불속 기름에 적신 낙엽마냥 자작거리며 타고있고
마음은 자꾸 헤져만 가는 낡은 옷감처럼 축축해져간다.
어떻게 채울 수 없는 이 공허함을
너는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필요하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소중하다고 늘 한결같은 것이 아니며
사랑한다고 영원할 수 있음이 아님을.
그립다고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미안하다고 덮어질 수 있음이 아님을.
아닌척하여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허전하다고 다 채울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 무한한 공간을.
뛰어넘을 수 없는 그 안타까움을.
우리는 어떻게 견디어내어야 하는지...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척 하다가 진짜 사랑하는게 아닌가 싶고
어른스럽지않은데 철든척하다가 정말 어른이되는건 아닌가 싶고
'척'하는게 세뇌작용인가도 싶고
좋은것도 싶고 하기싫기도 하고
척하지 말아야할 것과 척해도 되는것들이 구분이 가지않는 며칠.
해가뜨기 전이 가장 어둡고
봄이 오기전이 가장 추우며
사랑을 하기 전이 가장 외롭고
무언가 손에 거머쥐기 전이 가장 궁색한 법.
원망듣는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결정을해야하는 자리에 선 사람은
반대의 목소리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커야한다
그래 우린 아직 어리다
모든걸 다 감싸안을 수도 없고
소주잔만한 가슴에
힘든일들이 금새 철철 넘쳐흐른다
베이고베인 흐린기억이
아무리 씻어도 날아가지 않는 냄새가 되고
그렇게 인생이라는것을 배워간다
더 진하게 베여야 하나보다
더 많이 넘쳐야 하나보다
그래야 삶의 끝자락에서 인생이라는 냄새가
숙성된 와인처럼 향기로워지나보다
아직 작은 곰팡이조차 피지않은 가슴에
또 하나의 술을 들이붓는다
젊다는게 좋은 이유는
아직은 내 의지대로 그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
어쩌다 맡은 친구의 인생내쯤은
금새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더 아파야 향기로운 사람이 될까
어쩌면 내 어머니는
그 이름처럼 향기로우리라
201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