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무제노트 7-1

[부제: 어린날의 일기들 2]

by 그믐

2008.11.06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미처 뽑지 못한 화살몇개와

미처 꺼내들지 못한 말풍선 몇개와

남들모르게 밤마다 눈물자국과 함께 끄적인 낙서가득한 만리장성쯤은

가지고 있는가보다.


좋던 나쁘던 간에

마음을 가득 채우던 일부분이 되어갈 즈음엔

하나만 없어져도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에

간직하는게 미덕인냥 가만히 놔두고 사는 경지에 이르르기도 한다.


그럴때 필요한건 다른게 아닌것같다.

화살이 스스르 녹아버리는 것도 아니고

말풍선이 다 터져버리는 것도 아니고

만리장성이 죄다 무너지는것도 아니고

그냥 누군가 내 마음에 관광객이라도 된냥 들어와줘서

어루만져주는것

아픈지도 잊고 있었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것

말풍선에 다른 말풍선을 달아주는 것

만리장성을 걸으며 같이 울어주는 것

얘기를 나눠주는 것


결국 지독한 외로움에게는

어느 눈맑은 방문객만이 환하게 웃어줄 수 있는가보다.

마음 속 구멍으로 찬바람이라도 드나드는 날엔

하늘에 떠있는 별조차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좋겠다.



2008.10.27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거울속의 나는

거울을 보는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2008.10.27


설악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한다.

설악산에 제일친한친구가 살았으면 좋겠다.

그럼 난 매년마다

첫눈이와! 라는 문자를 맨 처음으로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첫눈은 꼭 한밤중이나 새벽에 찾아든다

깨어있는 사람에겐 선물이되고

꿈나라로 떠난 사람에게는 아쉬움이된다

그럴때 우리는 친한친구들에게 눈이 옴을 알리면서

창밖을보고 멀리서나마 행복을 나눈다.


누군가는 달이 떴다는 문자를 보낸다.

초승달이던 보름달이던 반달이던

그렇게 덤덤하고 사소함에도 나를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럼 나는 첫눈이 온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보다

괜히 설레이고

괜히 기분이 좋아질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답장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달의 왼편 어딘가에

별도 떠있는걸 보았느냐고



2008.10.22


빨래를 잘 못한날


주머니에 휴지가 든것도 모르고

검정색 바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렸다.

그러면 다음날 바지가 다 마른 후

테이프 하나를 들고와서 오래도록 씨름을 해야한다.


그래 나는 지금

본의 아니게

누군가 잘 모른채 세탁기를 돌려버린 탓에

내 바지와 씨름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자.


그래봤자 먼지다

툭툭 털어서 떨어지지 않는 먼지일 뿐이다

하얀 휴지 가루들이 잔뜩 묻은 바지를 손에 들고서

죽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죽어야하나 하면서

찢어죽일듯이 바지를 노려보는 사람도 없다


나는 어쩌다가 그냥 그렇게 운 안좋은 날을 만난것 뿐이다.

그리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2008.10.16


잔뜩 낀 안개탓인지 지하철을 타고 하늘을 날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10.11


기다리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기다림만큼 쉬운것도 없다



2008.07.29


어렸을때학교갔다오면꼭놀이터엘나가놀았는데그때마다장난감버킷을들고나갔다버킷안에는삽도있고틀도있고채도있었는데삽으로퍼서채로걸러낸고운모래들로모양들을찍어서오늘도나왔다갑니다하는흔적을남기곤했다채위에는못생긴 돌도예쁜돌도남아있곤했는데예쁜돌은골라서모아두는걸좋아했다인생도그렇고마음도그렇다시간이지나면남을것만남고간직하기싫은것쯤은쉽게버리는법을알게된다



2008.07.18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위해

잠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지만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주길

누군가가 나를 찾아내주길

바라는 약간의 외로움도 함께 가지고 간다.


201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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