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그대를 사랑합니다

by 그믐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

그리고, 사랑.

우리 모두에게는 '그대'가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의 '그대'일 수 있는가.

그대라는 것의 자격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가.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사랑이라는 것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삶의 끝자락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의 그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월을 입은 이들은 그들의 첫자락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삶의 고개 마다 만났던 '그대'들과 주고 받아 아프도록 행복했던 '사랑'들을 모두.

각기 다른 무게의 그대들이 있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온도의 사랑들을 했었을 것이고.

저울이 부서지도록 무겁고, 온도계로 젤 수 없이 뜨거웠던 적도 있었겠지.

그리고 그것을 잃고 난 후에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몰랐을거야.

그때마다 저마다 행복하기위하여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며칠전 나의 할머니는 당신의 젊었을 적 이야기를 어젯일 이야기하듯 들려주며 신나하는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그녀의 세월만한 지독한 고집이 때때로 지겹고, 나를 바라보면서도 나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눈이 부담스러웠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행복했고, 내가 기억하는 시간에는 아프기도 했던 그녀와의 내 인생만큼의 추억이 서먹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외면했던 것 같다. 그녀는 살아가는 존재이기 전에 살아온 존재라는 것을.

그런 할머니가 자신의 살아온 재미있는 순간들을 들려주었을 때 할머니를 귀찮고 서먹한 사람으로 만든 것은 나의 외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얼굴에 세월이 내려앉도록, 늘어진 주름하나 치켜올릴 웃음을 보지 못한지도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해하는 일이 버거워 어깨가 부서지도록 지어보려 애쓰다 무릎을 꿇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낫다고 믿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조금은 가능해지는 나이를 먹은 것도 같다.

삭막해진 진심으로 다시 따스한 손을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는 모르겠다만

나의 할머니에게도 '그대'가 있었고, 그녀도 '사랑'을 했었겠지.

그녀도 행복하기 위하여 수많은 선택들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조차도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잊어버리고 산지가 오래인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그대'를 통해 웃을 수 있었던 적도, '그대'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던 적도.

누군가에게 '그대'는 기나긴 외로움에 처음 찾아와준 따스함이었고

누군가에게 '그대'는 지나간 인연을 복원하고 싶은 기회였다.

누군가는 '그대'에게 없이 사는 두려움이었고

누군가는 '그대'에게 익숙해져야하는 그리움이었다.

그대에게 받은 '사랑'은 다음생에도 못 다 갚을 고마움이었고

그대에게 준 '사랑'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지울 수 없는 미소였다.

그대에게 받은 '사랑'은 봄날 같은 겨울이었고

그대에게 준 '사랑'은 그리움으로 지새우는 원망의 밤이었다.


웃음을 선물해준 '그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웃음을 주고픈 '그대'로 인해 행복한 것이 '사랑'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다시 부부가 되었다. 가족이었는데..'


'우리나이 쯤엔 여자한테 '당신'이라는 말은 말야. 여보 당신 할 때 당신이야.

당신이라는 말은 못 쓰지. 내 먼저간 당신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그대...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러다 말겠지. 산다는게 익숙해지는일 아니겠냐'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중-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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