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부쩍 '새로운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두 단어는 떨어뜨려놔도 참 흥미진진한 느낌을 솔솔 풍기곤 했는데, 이렇게 함께있을 때면 화제성 1위를 독차지하곤 했다.
나는 문득 이전에 공감하지 못했던 말이 마음 속에 스며듬을 느꼈다.
그것은 자기표현과 신뢰에 관한 것이었는데 나는 당시 그것에 나에 대한 비판인것만 같아 기분이 조금 상하기도 했었다.
누군가와 사람을 믿는 일에 대한 대화를 안주 삼았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건배의 소리를 통해 사람을 믿지 말자라는 의견에 대한 동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명같은 웃음을 섞어 내가 당신은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워낙에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써내려가는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믿어도 된다는 뻔한 포장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대신에 '내 스스로가 판단할 바' 라는 숙제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을 참 신뢰하게 되었던 것 같다.
며칠 후, 나는 다른 이와의 술자리에서 그 일을 곱씹을만한 화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의 매력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때까지만해도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에 큰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도 남들의 오해가 외로운 이에겐, 새로운 만남마다 자기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장황하게 늘어놓곤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라는 사람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져보고 느껴보기도 전에,
나는 이런 색의 사람이고, 이런 온도에선 이런 맛이 나는 사람이랍니다 하며, 친절하게 주의사항마저 적어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사용설명서 없이는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치'들도 종종 만나게 되겠지만 나는 그것을 주지 않는 사람이 더 매력있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수시로 나의 설명서를 업데이트하며 상대에 따라 조언 아닌 조언으로 나를 이렇게 다뤄달라 부탁 아닌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나를 분해해보기라도 하겠다는 공대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개 조심스럽게 따라주었지만
누군가 나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쑤셔본단들 고장나는 것은 내가 아닌 그 관계였음을.
몰랐을 때는 많이 두려워했던 것 같다.
언어로 포장되지 않은 본질은 사람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사람에 대한 숙제는, 정의의 경솔이 아닌 이야기의 매력을 찾는 일일것이다.
201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