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三難 II

[부제: 無行]

by 그믐

'열심히' 라는 이름의 기술을 지닌 사람보다 더 빠른 지름길을 걸을 사람이 없고,

'젊어 고생'을 사서 할 정도의 지혜를 지닌 사람보다 더 제테크에 뛰어난 사람이 없고,

'최선'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보다 더 올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땐 어떻게 해야할까.

식욕, 성욕보다 더 강한 욕구가 휴식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요즈음이다.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해야하는 일들도 미뤄두었던 하고싶은 일들을 꺼내보는 일일까,

고즈넉한 까페 한 구석 과하지 않는 온기에 마음을 실어보는 일일까,

오랫만의 거한 식사가 기억조차 나지 않도록 오랜 친구와의 수다로 모든걸 쇄신하는 일일까,

방한구석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뭉게져, 날짜도 날씨도 잊어보는 일일까.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쉴 줄 아는 것도 사서하는 젊어 고생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동갑내기들은 그들이 이십대의 첫 4년을 어떻게 보냈는지와는 관계없이 모두가 하나같이 방전상태를 보였다.

우리들은 충전기가 단종되어 절대로 재생될 수 없는 건전지마냥 칙칙한 표정으로 모여 앉아있다.

열심히 쉴 줄은 몰랐던 어리석음의 폐해라고 생각했다.

배터리 없는 휴대폰이 수신음하나 내지 못하듯, 우리에게 감흥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는 액정만큼이나 꾀죄죄한 정신상태로 반나절을 시커먼 앞을 보는 일에만 부지런했다.

우리는 하고 싶은게 아무것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며 무엇인지 모를 것을 마냥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통상적인 아무것도 하지 않음의 종류에는 두가지가 있었다. 나의 행위가 타인에게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때와 행위의 과정 속에서 그 어떤 운동에너지가 발생되지 않았을 때.

그런 측면에서 기다리다는 행위는 첫번째 종류에 해당되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행위만큼 많은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일이 또 있을까. 무언가를 기다리면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떄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착각을 일으키곤 하는데, 언제나 웅크려 숨은 미련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이었다. 기다리는 일의 행방 여부와 상관없이 애태우고 속앓이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억누름에서 많은 마찰에너지가 발생하고, 그만큼 있는힘 없는힘을 쥐어짜는 에너지 소비의 과부하 역시 실행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휴식이 되려면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저장할 수 있는 발생에너지가 커야하며, 그 에너지가 끼치는 영향이 좋은 것들이어야 한다.

소비하는 에너지도, 발생하는 에너지도 없고, 나에게도 너에게도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상태는 시체다.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무행의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휴식을 찾아나가는 것은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일 꽃과 양초를 사올 것이다.


201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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