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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치기

겸허

by 그믐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싶지 않음은 그것을 간절히 바라게됨을 후회하고 싶지 않음이요,

그것에 대한 댓가가 버거움을 자책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선택엔 잃어야하는 것이 있음을, 그 책임은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는 것인데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겸허히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임을.

그 책임을 온전히 값지게 져냈을 때 비로소 그 선택이 내 것이 되는 것임을 왜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을 남의 인생인냥 방관자적 시선으로 살았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음이라는게 싫어 그것을 눈앞이 아닌 등 뒤에 두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아도 모른채, 몰라도 모른채 그렇게 마주하길 피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을 나몰라라 하기까지, 너무 나알아라 했던 적이 있었음을

너무도 알았어서 너무도 모르고 싶었음을.

어쩌면 이제는 겸허히. 어쩔 수 없음을 나란히 두고 함께 걸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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