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이들은 해마다 10월에 독감백신을 맞는다. 되도록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함도 있지만 걸리더라도 좀 더 쉽게 이겨낼 수 있기 위해서이다. 환자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나도 요양병원에 근무하고부터 매년 독감백신을 맞아 왔다.
독감 백신은 그 해 유행할만한 독감 서너 가지를 선택해서 백신으로 나온다고 한다. 예측이 빗나갈 땐 독감백신을 맞아도 심한 독감에 걸리는 것이 이 때문이란다. 어떤 이들은 백신 자체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요양병원 근무자들에게 코로나백신을 맞는 일은 의무적이었다. 백신에 별 반응이 없던 나도 코로나 백신을 맞을 때만큼은 머리가 어지럽고뇌에서 일하기 싫다는 메시지를 받곤 했다. 일주일 정도 코로나백신과의 전쟁이 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의 전염 등급이 떨어지면서 백신을 맞는 일이 선택으로 바뀌었다.요양병원 근무자들은 무료로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맞지 않았다. 백신은 질병을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약하게 지나가게 한다. 독감 백신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독감백신이기에 그나마 안심하고 맞고 있다.
살아오면서 백신 같은 인간관계도 있었고, 백신 같은 고난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지나고 보면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는 거름이 되곤 했다. 단지 나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