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하게 살아가기
시골의 장날은 계절을 일주일 정도 앞서 간다
김장 배추와 무 그리고 고추가 잔뜩 나와있다.
40년 동안 김장 담그기 증후군은 요맘때쯤
느끼는 감정인데
'질질' 끌다 보면 추워지고 시간만 간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노래를
크리스마스까지 부른다.
절인 배추를 첫 번째로 주문해 놓고
백김치를 담아 한시름 잊으려고
장날인 오늘 작은 무를 찾아 나선다.
수십 년 전 장날과 오늘의 장날이
다른 것은
정겨움은 떠나갔다는 거다.
농사에 깊어진 주름살과
고객들과 시시비비 열을 올리는
아주머니는
눈꼬리를 올리며 목소리는 커지고
인상은 점점 험악해진다.
이것저것 구경하던 장터는
쏜살 같이 살 것만 사 오는 곳이 되었다.
무 쪽파 청갓 등 모두 파는 곳에
발이 멈춘다.
반말을 마구 해대는 아주머니를 보며
선글라스를 잘 썼다 싶다.
"얼마예요?"라고 묻는 것 이외에는
감정을 쓸 에너지가
필요치 않는 곳이 되어가는 장터는
오늘은 왠지 ~ 삭막하다.
2025년 11월 07일 금요일
절인 배추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