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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Feb 12. 2020

걷기 1

 다시 걷기


 49살 때 귀동냥으로 들었던 갱년기 증후군이 내 몸에서 싹을 피우려 했다. 폐경도 신호를 보내면서  오만가지 슬픔을 데려와 머릿속에서 놀았다. 무슨 말로도 위로되지 않는 마음은 꼴 보기 싫은 가족들 저녁밥을 씩씩거리며 차려놓고 강변으로 무작정 나갔다. 숨은 쉬고 살았건만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했다. 세상 갈 곳이 이곳밖에 없는 내 모습이 가여워서 울었다. 한참을 강물을 쳐다보다가 옆을 보니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있기가 뻘쭘해서 같이 걸었다.  




이렇게 걷기를 시작했다. 어쩌면 나에게 물질로서도 보상 못하는 지질하고 미련스러운 성격의 소유자가 선택한 견디여 보려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거다. 강바람이 콧속으로 쑥 들어오니 뱃속이 시원했다. 달님이 하루하루 변하는 것처럼 종잡을 수없는 내 마음을 추스르느라 혼자 말하고 혼자 대꾸하고 울기도 하다가 정신 줄 놓은 사람이 되어서 깜깜 밤중에 그냥 걸었다.




꾀가 나고 핑계를 대며 멈추었던 걷기를 한 달 동안 비실비실한 몸이 되어 살다가 다시 걷는다. 나만의 산티아고 길을 만들었던 그 길에는 묵묵히 나무 돌 흙이 그대로 있다. 얌체스럽게도 아쉬우니 자연에서 다시 돌아간다.  호흡이 박하사탕을 씹은 듯 선선하다.


내 나이 63살.  

자연은 침묵 너그러움 자연스러움 편안함 꿋꿋함 조용함 어느 하나 나대는 것이 없다.  어찌 다 배우고 하산할 때가 올는지.


2020년 2월 12일 하루 종일 비가 오다가 지금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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