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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pr 01. 2020

걷기 2

 만보만 걷자


 요즈음은 매일 벚꽃을 본다. 벚꽃은 만개했으나 벚꽃축제는 열리지 않았다. 활짝 핀 벚꽃이 무색하게 주변은 조용하다. 벚꽃길은 하얀색에 가까운 핑크빛이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벚꽃들은 강렬하게 봄의 시작을 알려준다. 아쉽다면 피고 지는 사이가 너무 빨라서  잠깐 왔다간 젊음 같고 매일 읊어대는 순식간에 지나간 세월 같다. 코로나 19 시작으로 저녁이면 이 길을 걷는다. 대중들이 모이는 목욕탕도 가지 못하니 바싹 힘을 내어 걷는다. 늘 그렇지만 저녁밥을 먹고 나면 종아리에 자동차 타이어 하나가 매달려 있는 듯이 무겁다. 걸을 생각을 하니 더 그런 것 같다. 그냥 나가야 한다.


오늘은 꽃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이 몇 명 보인다. 젊은 친구 4~5명이  돗자리를 펴놓고 맥주인지 음료수인지 웃음소리 함께 가로등 불이 비춰주는 벚꽃 밑에 앉아있다. 그들을 피해서 사진 한 장 찍고 강이 흐르는 내길로 걷는다.


만보만 걷자 하고 나간다. 저녁에 집에 있으면 TV와 씨름하느라 정신 못 차린다. 책도 손에 안 잡이고 잠들기 바쁘다. 마스크를 낀 뜨거운 내호흡보다는 시원한 강바람을 콧속으로 집어넣으려고 긴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내쉬고 한참을 반복하다가 머리카락이 약간 흩날릴 정도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송창식 님의 '우리는'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아무도 없는 노천무대에서 머리를 흔들어가면서 말이다. 대낯에는 있을 수없는 깜깜한 저녁의 낭만이다."꽥"하는 오리 소리에 놀랐다.


이렇게 걸으면 좋은 것을 매일 현관문 앞에서 시간을 질질 끈다. 뭐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휴지를 시작으로 챙기느라 늦장을 부린다. 내일도 이렇게 갈등하며 걷겠지. 그리고 강물 앞에서 양희은 님의 "아침이슬'을 온몸으로 노래하리라. 혹시나 오리들 박수소리 들으면서.



2020년 사월 초하루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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